재판관 5년 내내 ‘보수’ 대변…‘대통령 친구’ 이종석 후보는 누구

정혜민 2023. 10. 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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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헌재 소장 후보자로 지명…낙태죄도 “합헌” 소수의견
이종석 헌법재판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로 지명한 이종석(62·사법연수원 15기) 재판관은 보수 성향의 정통 법관 출신 헌법재판관이다.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한 5년 동안 주요 판결에서 보수층의 목소리를 주로 대변해왔다.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기로 윤 대통령이 청구한 사건을 회피한 전례도 있다. 두 사람의 친분이 헌재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18일 한겨레에 “대법원장 후보자에 이어 헌재 소장 후보자까지 대통령의 친구로 지명하는 인사 기조는 사법부 구성원에게 굉장한 불안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때 청구한 검사징계법 헌법소원 사건을 회피한 바 있다. ‘개인적인 이유’로만 알려졌는데, 이 후보자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이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한 헌재 출신 인사는 “(대법관을 제청하는 대법원장과 달리) 헌법재판관 제청권이 없는 헌재 소장은 역할이 제한적이다. 이 후보자의 잔여 임기도 1년 남짓에 불과해 대통령과의 친분이 크게 문제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후 6시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기자들을 만나 “(윤 대통령과의 친분에 대해)유념해서 업무를 하겠다”고 답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으로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임명된 이 후보자는 매우 강한 보수 성향을 띠고 있다. 또 다른 헌재 출신 인사는 “온화하고 튀지 않는 성격인 동시에 철학적으로는 철저한 보수주의자”라고 했다.

헌재 재판관 재임 기간 중 이 후보자가 낸 의견을 보면 이런 보수 성향이 뚜렷이 확인된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 당시 이 후보자는 낙태죄가 ‘합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 후보자는 “태아를 죽일 권리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아니다”라며 “임신한 여성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낙태 금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들이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도 개정 검찰청법 등이 법무장관과 검사들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사건에선 이 장관의 사전 예방조치, 사후 재난대응, 사후 발언 모두 문제가 없다는 법정 의견 편에 섰다. 국가보안법 위헌소원 사건에서도 이적 행위 조항과 이적 표현물 조항에 대해 모두 합헌으로 판단했다.

위장전입 의혹 등 과거 재판관 인사청문 때 제기된 문제도 향후 소장 인사청문 과정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1982년 주소지를 대구 본가에서 경북 칠곡으로 바꾸고, 다시 1년 뒤 본가로 옮겼다. 당시 후보자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학생이었다.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이 농지 취득용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이를 비롯해 이 후보자와 배우자가 1982~1996년 5차례 위장전입을 했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 후보자는 과거 인사청문회에서 “잘못을 인정한다”며 사과했다.

옛 판결들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이 후보자는 서울고법 민사16부 재판장이던 2011년 한 중장비 수출 업체가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 계약으로 피해를 봤다며 판매사인 우리은행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문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 국정 목표 수행을 위해 노력한 판결’ 중 하나로 이 후보자의 키코 판결을 적시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국정 협조 고려는 없었다고 하면서도 ‘피해 기업들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문화방송(MBC) 직원들에게 내려진 전보발령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판결에 대해서는 “정치적 고려를 한 것은 아니지만, 본안과 다른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결과적으로 저희 재판부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밝혔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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