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예금 만기 임박…당국, 수신경쟁 모니터링 강화

최홍 기자 2023. 10.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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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 때 올렸던 고금리 상품 만기 도래
금융당국 "경각심 갖고 자금이동 주시"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 지폐를 정리하고 있다. 2023.01.17.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은행권의 고금리 예·적금 상품 만기가 곧 도래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과도한 수신 경쟁으로 자금시장이 또다시 왜곡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들은 만기가 완료된 자금이 다시 빠져나가지 않도록 다시 고금리로 예·적금을 유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출금리 상승과 저축은행 수익성 악화, 그리고 채권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과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속속 올리고 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3%대 중후반에 머물렀던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최근 들어 연 4%대로 오르고 있다.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예·적금 상품 금리도 상승세다. 저축은행에서는 연 4%대 중반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 예금들이 이달 들어 등장하고 있다. 상호금융도 연 5% 초·중반대 상품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런 은행권의 고금리 수신 기조는 지난해 말 발생했던 레고랜드 사태 여파가 현재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출시됐던 예·적금 상품들이 올해 만기가 도래함으로써 수신 경쟁이 재점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시중은행들은 얼어붙은 회사채시장을 돕기 위해 상대적으로 우량했던 은행채 발행을 줄였고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해 왔다. 저축은행들도 시중은행의 고금리 예금상품 출시로 고객 이탈 조짐이 보이자 똑같이 고금리 예금상품을 내놓으며 자금조달을 이어왔다.

금융당국은 고금리 수신 상품 경쟁으로 자금시장이 다시 왜곡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우선 시중은행이 고금리 상품으로 시중에 있는 자금을 모두 쓸어 담게 되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통상 시중은행보다 저축은행의 금리가 더 높아야 하므로, 저축은행은 수익성이 악화하더라도 일단 고금리 예금으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출혈 경쟁으로 저축은행 경영이 악화하면 결국 중저신용 등 서민금융 이용도 어려워지게 된다.

나아가 이런 고금리 예금 경쟁은 시중은행·저축은행을 불문하고 대출금리를 끌어올려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전체 자금조달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고금리 예금이 은행채·회사채 금리도 끌어올려 기업어음(CP) 금리가 상승하는 등 채권시장의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자금시장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내렸던 은행채 발행 자제 조치를 풀고, 은행이 각자의 여건에 따라 보다 유연하게 은행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은행들이 필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예·적금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또 올해 말까지 95% 비율이 적용되고 있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내년 6월까지 현행 비율로 계속 적용하고 내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대로 올해 말에 규제 비율을 상향할 경우 은행들이 규제 비율을 맞추기 위해 은행채를 과도하게 찍어내거나 고금리 정기예금을 유치하는 등의 수신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금융시장 현안 점검 회의'에서 "지난해 4분기 저축성 예수금 증가 등으로 올해 4분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자금 규모가 예년에 비해 다소 큰 점을 감안해 경각심을 갖고 자금이동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임원회의에서 "그동안 사전적 유동성 확보 및 만기분산 유도 등을 통해 유동성 위험이 상당히 개선된 상태지만 심각한 위기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자금수급계획을 재점검하고 자산경쟁 차원의 고금리 자금조달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g88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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