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 덜어야 하는데… 실적보다 사람 수에 민감해 질 수 밖에 없는 한샘
에이블씨앤씨 실적 개선 만든 장본인이지만
’구조조정 전문가’ 꼬리표 부담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취임사 불구
임원 사표·채용에 뜬소문 계속
증권가 “구조조정 없이 실적 개선 이끄는 난제 풀어야 하는 상황”
“쉽지 않은 난제를 풀고 있을 거예요. 풀어야만 하고요. 하필이면 구조조정에 눈길이 쏠려서...”(한샘을 분석하는 증권가 애널리스트)
취임 80일 가량을 맞이한 김유진 한샘 대표의 고민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표류하는 한샘의 실적을 개선하라는 특명을 받고 한샘 지분 35.4%를 가진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PEF)에서 투입된 구원투수입니다. 화장품 회사 에이블씨앤씨에서 실적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끈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에겐 따로 붙어있는 별명이 있습니다. 바로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딱지입니다. 에이블씨앤씨에서 대표로 있을 당시 임직원 수가 크게 줄었는데 회사를 살리려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시각이 있어서입니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자발적인 이직과 퇴직이 많았다는 해명이 있었지만 사실 사모펀드에서 파견된 인물에게는 ‘사람 줄이고 비용 졸라매 실적 개선을 이끈다’는 편견이 있어서 쉽게 지우기 어려운 별명입니다.
이를 인식했는지 지난 8월 취임사에서 김 대표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내용을 취임사에 넣으며 내부 분위기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회사 대내외적으로 동요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취임사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다고 했을 지라도 업무 효율을 통한 사업 구조조정은 시사됐던 터라 불안감을 아예 가실 수는 없는 것이죠.
또 최근 한샘에서는 재무기획본부장(CFO)과 경영지원본부장의 사표가 수리됐는데 이를 두고도 한 번 회사가 술렁였습니다. 두 자리 모두 경영에 중요한 자리인데 두 임원 모두 한샘에 자리를 튼 지 1년 반 만에 회사를 떠났기 때문입니다.
특히 재무기획본부장은 회사의 실적 개선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라 김 대표와 관점이 맞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김 대표는 숫자에 특히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보니 이런 해석이 더 힘을 얻었습니다. 김 대표는 할리스에프앤비, 레진코믹스, 태림포장 등 거래를 주도했고 특히 할리스에프앤비 대표이사를 맡아선 매각까지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는 베테랑입니다.
이번 9월 채용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있었습니다. 한샘은 9월부터 이달 16일까지 영업직 채용 연계형 인턴을 모집했는데, 이를 두고 퇴사가 이어지자 겉으로 봤을 때 직원 머릿 수를 채우기 위해 진행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겁니다.
한샘 영업 업무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외부에선 전체 임직원 수를 보지 퇴사자와 입사자를 비교하진 않는다”면서 “퇴사가 이어지면 통상 관리하는 입장에선 채용을 진행해 전체 임직원 수를 유지하는 임시 방편을 쓰는 게 통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샘은 영업직원은 들락날락하는 경우가 많아 채용을 잦게, 많이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샘 관계자는 “올 3월에 20명, 이번에 30명을 더 채용하려고 하고 원래 매장 영업직인 영업 직군은 매장 개점과 리뉴얼 계획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올해는 작년보다 개점이 적어 인원도 전년보다 적은 편”이라고 했습니다.
회사 내·외부의 시선이 자꾸 구조조정 여부에 쏠리다보니 한샘 입장에선 고민도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개선되는 실적에 관심이 모아져야 하는 회사 임직원 수가 자꾸 세간에 오르내리니 말입니다.
주가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증권가에서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합니다. 증권가의 기본 시각은 비효율을 걷어내야 회사 실적이 좋아진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이 아예 없을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샘을 분석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세간의 시선에 발목을 잡히면 실적 개선이 늦어지고 주가 추이도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면서 “거시경제가 불안해 한샘 사업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은 만큼 빠른 사업 효율화가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샘의 지분 35%를 가진 IMM PE는 1주당 대략 22만1000원 정도에 주식을 매입했습니다. 최근 한샘 주가는 5만원 수준입니다.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다시 거시경제가 뒤숭숭합니다. 금리는 다시 오르고 있고 그렇다보니 주택을 사거나 갈아타려는 심리가 대출 이자 부담에 재차 위축되고 있지요. 여기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는 더 높다보니 주택경기의 선행지표인 착공·인허가 물량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한샘은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148억원, 영업이익 12억원, 당기순손실 4억원을 기록하면서 주당 1500원씩 배당까지 진행했죠.
그러나 그때와는 또 분위기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그때 만해도 금리도 더 오르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팽배했고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회복되는 모양새였습니다.
김 대표는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실적 개선도 이뤄야 하고 구조조정도 세간의 시선 때문에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까지 안고 있습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습니다. 김 대표가 이번에도 실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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