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억 준대도 일할 의사 ‘0명’…“당장 의대정원 늘려도 늦다”
2.8억원 연봉 제시해도 지원자 0명
지방의료원 35곳 중 23곳 37개 과목 휴진
필수진료과∙전문의 모두 있는
지방의료원 단 10곳(28.6%)
영호남·강원 주민 30%는
30분내 응급 이송 불가능
‘의사 구인난’은 단지 지방 병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경기 성남시의료원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4차례에 걸쳐 순환기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응급의학과 의사 모집 공고을 냈지만 지원자가 한명도 없었다. 성남의료원은 서울 강남과 가깝고, 연봉도 2억8000만원을 내걸었지만 의사를 구할 수 없었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지역 공공의료의 중추기관인 35곳의 지방의료원 중 23곳에서 37개 과목이 휴진 중이다. 전국 공공의료기관 222곳 중에는 44곳 총 67개 진료과가 휴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지방의료원 지불보상체계와 재정 지원 개선 방안’ 보고서를 보면 지역의료원 3곳 중 2곳은 일부 필수진료과에 전문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2월 기준 지역 거점 의료기관 역할을 부여받은 지역의료원 35곳 중 9개 필수진료과 전문의가 모두 있는 의료원은 10곳(28.6%)에 불과했다.
가장 최신 통계인 2019년 기준 서울은 0%였고, 인천(3.1%)과 울산(2%)을 광역시는 모두 30분 내에 응급실에 접근 불가능한 인구 비율이 1% 미만으로 나타났다. 반면 농어촌지역인 전남(36.9%), 경남(30.1%), 경북(29.7%), 강원(29.4%)은 이 인구 비율이 30% 수준이거나 그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다 보니 구급차를 타고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다니는 소위 ‘병원 뺑뺑이’를 도는 경우가 많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구급차에 실려 병원을 찾았다 전문의 부재 등의 이유로 다른 의료기관을 이송된 이른바 ‘병원 뺑뺑이’를 경험한 이들이 8177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33명은 적당한 병원을 찾지 못해 3차례나 병원을 옮겨 다녀야 했다. 전문의가 없어 다른 병원을 찾아야 했다고 답한 이들이 1608명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다보니 중증응급환자가 제시간에 치료기관에 도착한 비중은 절반이 채 안되는 실정이다. 현장에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으로 필수의료과 전문의 부족을 꼽는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145만명의 중증 응급환자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71만명이 적정 시간 내에 응급실에 도착하지 못했다. 최혜영 의원은 “정부는 응급의료에 재정지원을 쏟아가며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응급실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는 환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에서 필수·공공의료분야의 의사 인력난을 직접 체감하고 있는 의료진들은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이날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충북대병원 최영석 원장은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의료 수요가 늘고 진료과목도 세분화되고 있다”며 “국립대병원을 포함해 지역 중소병원은 의사 고용에 큰 문제가 있다. 의대 정원 증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고는 (의사 수급난이) 해결되지 않는다”며 “(의사 수급을 위해) 지자체와 관련 정부부처를 찾아갔지만 한계가 많았다”고도 했다.
남우동 강원대병원 원장 역시 전날 국감에서 “경험과 소신에 비춰 의료인력 확충은 100% 필요하다. 지금 확대해도 늦다”고 주장했다.
의사협회는 의대 정원이 늘어나도 지역·필수의료 분야 인력난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지역에서 실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은 의사 총량이 늘어나면 지역·필수의료 의사가 증가하는 일종의 ‘낙수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수에서 병원을 운영중인 A원장은 “의사 총량이 늘어 수도권 병원이 넘치면 지방으로 내려가는 의사와 필수 과목을 선택하는 의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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