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임지고 재밌는 농구 보여드리겠다” ‘소노에서 새 출발’ 김승기 감독의 포부

조영두 2023. 10. 19.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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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영두 기자] 지난 시즌 김승기 감독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겪었다. 개막 전 하위권으로 평가받은 고양 캐롯을 4강 플레이오프에 올려놨지만 모기업 데이원이 재정난을 겪으며 급여를 받지 못했다. 시즌 종료 후에는 데이원이 KBL로부터 제명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그러나 소노가 구원 등판했다. 소노는 전 데이원 선수단을 전원 인수했고, 초대 사령탑으로 김승기 감독을 선임했다. 이제 김승기 감독은 고양 소노의 수장으로 2023-2024시즌을 맞이한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0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가요?
현재는 다 좋아져서 그 때 생각은 안 나요. 다른 걸 떠나서 월급을 받지 못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팀 성적은 누가 뭐라고 못 할 정도로 잘했으니까요. 좋은 성적을 냈는데 팀이 없어졌고, 밀린 급여를 지금까지 받지 못하고 있어요. 제가 같이 데려온 코치들, 스태프들도 마찬가지고요. 억울하고, 아쉽고, 후회되기도 했죠.

소노의 인수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 불안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때만 해도 어떻게 될지 몰랐으니까요. 팀을 잘 만들어놨고, 성적까지 냈는데 감독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억울하더라고요. 불안감보다는 억울한 감정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생활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엄청컸죠. 적금, 보험을 전부 깼어요. 들어가던 돈이 없으니까 적금과 보험을 다 해지할 수밖에 없었죠.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을 뿐이지 저도 힘들었어요. 코치들도 마찬가지고요. 이걸 알면서도 아직까지 박노하 전 데이원 대표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화가 많이 나요.

힘든 상황에서도 팀을 4강 플레이오프까지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좋은 성적을 낸 건 너무 기뻤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데이원에서 밀린 급여도 준다고 했고요. 희망이 있었죠. 선수들에게 ‘앞으로 계속 농구 해야 되니까 지금 무너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어요. 힘을 많이 불어넣어주려고 했죠. 끝까지 가보자고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시즌 전 4강 플레이오프까지 갈 거라고 예상했나요?
전혀 못했죠. 사실상 팀을 리빌딩 해야 됐으니까요. 그래서 3년으로 계획을 짰어요. 거기에 맞춰서 우승하겠다고 말도 했고요. 근데 팀이 어려우니까 하나도 제대로 되는 게 없더라고요. 제가 약한 모습 보이면 모든 게 무너지기 때문에 힘든 내색을 안 했어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려 했죠. 믿고 따라준 선수들에게 고마움이 커요.

3점슛을 기반으로 한 농구로 KBL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사실 지난 시즌만 그랬던 게 아니에요. 저는 (안양) KGC(현 정관장) 시절부터 매 시즌 농구를 바꾸려고 했어요. 더 많이 뺏고, 더 빨리 공격 하고, 더 많이 득점 하려고 했죠. 그렇게 완벽한 팀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이 팀에 와서는 멤버 구성이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3점슛을 많이 던지려고 했을 뿐이었죠. 여러 가지 변칙을 줬고, 코트 밸런스도 다르게 가져가려고 했어요. 항상 상황에 맞게 전술을 바꾸려고 해요. 선수가 100중에 1이라도 장점이 있으면 그걸 살려주려고 하고 있어요.

고양 팬들도 많은 성원을 보내줬습니다.
너무 감사해요. 도시락, 커피도 보내주시고 어딜 가든 찾아와주시더라고요. 선수들을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주셨어요. 저는 미안해서 받지 않으려고 했어요. 이제 상황이 좋아졌으니 팬들에게 다시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폭적인 지원 감사해, 선수단 분위기도 최고”
소노는 아픔을 겪었던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5성급 호텔 소노캄 고양에서 생활 중이며, 식사도 호텔 뷔페로 제공받고 있다. 9월 11일부터 19일까지는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비발디파크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소노는 전지훈련을 위해 약 7억 원을 투자해 비발디파크에 최신식 전용 코트를 설치했다.

언제 소노에게 처음으로 연락을 받았나요?
감독 내정 며칠 전에 연락이 왔어요. 직접은 아니고 건너 건너 받았죠. 고양체육관 가까이에 호텔도 있기 때문에 너무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사실 그 전부터 시즌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었어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디드릭) 로슨과 함께 하고 싶었는데 (원주) DB로 가게 되어서 아쉬워요. 인수 작업이 늦어지다 보니 외국선수 영입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죠. 그래도 (재로드) 존스를 데려왔으니 다시 한번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열심히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손규완, 손창환 코치와도 동행을 이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함께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당연히 같이 가야된다고 생각해요. 두 코치는 제 분신과도 같은 존재에요. 제가 추구하는 농구를 다 알고 있고, 생각도 잘 통하니까요. 함께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팀이 소노로 인수되기 전에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김민욱과 함준후를 영입했는데요?
우리 팀이 포워드와 빅맨이 부족해요. (전)성현이, (이)정현이, (김)진유, (김)강선이, (한)호빈이 등 가드진은 좋아요. 근데 포워드, 빅맨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마침 (김)민욱이와 (함)준후를 데려오게 됐죠. 민욱이와 준후 모두 경기를 뛰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하더라고요. 제 농구 스타일도 잘 알고요.

어려운 상황을 알기에 소노에서 더 신경 써서 지원해주는 것 같은데요?
최상의 조건에서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회장님이 지시를 내렸고, 단장님도 너무 잘 맞춰주고 계시죠. 9월에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는데 체육관이 정말 좋더라고요. 최고의 시설로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선수단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나요?
지금 분위기는 너무 좋아요. 지난 시즌에는 월급을 못 받으니 분위기가 좋을 수 없었죠. 지금은 생활적인 측면에서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분위기가 나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PO는 당연히, 선수들 성장도 신경 쓸 것”
지난 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소노는 새 시즌에도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전성현과 이정현이 건재하고, 새 외국선수로 재로드 존스를 영입했다. 아시아쿼터로 필리핀 국적의 조쉬 토랄바까지 영입했다. 지난 시즌 외곽에서 화력을 뽐냈던 소노는 이번 시즌에도 ‘양구농구’를 앞세워 다시 한 번 선점을 다짐하고 있다.

3점슛이 장점인 존스와 소노의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은데요?
로슨과 비교하면 외곽슛 능력은 존스가 더 좋아요. 다른 부분은 로슨이 낫다고 생각하는데 존스도 최고의 시즌을 보낼 수 있도록 제가 만들어줄 거예요. 지난 시즌 로슨처럼요. 존스가 잘해야 우리 팀 성적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트레이드로 김지후와 이진석을 영입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장점 한 가지씩은 있는데 단점 때문에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데려왔어요. 다 키워서 성공을 시켰죠. KGC에 있을 때도 변준형, 전성현, 문성곤 말고도 박형철과 배병준이 있었어요. 배병준은 지금 완전히 팀에서 자리를 잡았고, 박형철도 몇 시즌 더 선수생활을 하다가 은퇴했죠. (김)지후와 (이)진석이도 그렇게 만들려고 해요. 갖고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새 시즌에도 3점슛으로 기반으로 한 농구를 가져갈 생각인가요?
지난 시즌과 비슷하게 가려고 해요. 저는 여러 가지 작전을 구상해놓고 시즌 초반에 ‘이거다’ 싶으면 밀고 나가는 편이에요. 오프시즌부터 구체적으로 정해놓진 않는 것 같아요. 1라운드 정도 지나면 팀에 맞게 조금씩 변형을 줘서 가져갈 계획이에요.

이정현이 국가대표로 성장했습니다. 더 바라는 부분이 있나요?
이제 마음가짐이 됐어요. 어떻게 해야 되는지 다 알고 있더라고요. 저는 어느 정도 올라오면 별 말 안 해요. 제 마음을 잘 알거든요. 지금 우리 팀 가드진은 완벽하다고 생각해요. 3, 4번 포지션만 보강이 되면 우승도 노려볼 수 있죠. 트레이드나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선수단을 보강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난 시즌 개막할 때와 똑같아요. 선수들 성장에 신경 쓸 거고, 상황이 맞으면 높은 곳까지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플레이오프는 당연히 가야죠. 그래야 고양 팬들이 좋아해 주시니까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너무 많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팬들이 없었다면 지난 시즌을 다 치를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고양 소노 아레나 멋지게 단장했으니 찾아오시면 눈이 즐거울 겁니다. 저는 책임지고 재밌는 농구를 보여드릴 거예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김승기 감독
생년월일

1972년 2월 26일
출신학교
대방초-용산중-용산고-중앙대
선수 경력
1994~1995 삼성전자
1995~1997 상무
1997~1998 수원 삼성
1998~2003 원주 나래-원주 TG
2003~2005 울산 모비스
2005~2006 원주 동부
지도자 경력
2006~2009 원주 동부 코치
2009~2015 부산 KT 수석코치
2015 안양 KGC 수석코치
2015~2016 안양 KGC 감독대행
2016~2022 안양 KGC 감독
2022~2023 고양 캐롯 감독
2023~현재 고양 소노 감독

# 사진_문복주,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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