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장애인亞경기대회⑪] "20년 넘게 한우물 팠죠"…노장 아닌 '베테랑들' 항저우에 뜬다

박대현 기자, 정형근 기자 2023. 10. 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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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휠체어육상 레전드 유병훈은 통산 6번째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를 준비한다. 항저우에서도 메달권 진입을 노리는 '맹렬한 현역'이다. ⓒ 대한장애인체육회

'마음이 서로 통하면 미래가 열린다(Heart to Heart, @Future).' 항저우의 성화가 다시 불타오른다. 오는 22일 항저우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가 일주일간 열전에 돌입한다. 총 22개 종목, 43개국 선수단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 한국은 종합 2위를 목표로 마지막 담금질이 한창이다. 생애 첫 출전하는 샛별부터 '라스트 댄스'를 준비하는 베테랑까지. 한국 장애인체육의 메달 지형을 스포티비뉴스가 살펴봤다.

[스포티비뉴스=이천, 박대현 정형근 기자] 베테랑(veteran)은 프랑스어다. 어느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해 기술이 뛰어나고 노련한 사람을 일컫는다. 단순히 경력이 길거나 나이가 많다고 베테랑이라 부르지 않는다. 오랜 기간 준수한 기량을 유지하면서 경험에서 우러나온 리더십을 발휘하는 선수를 존중해 가리키는 뉘앙스가 강하다.

오는 22일 개막하는 항저우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서도 노익장을 뽐낼 '한국 장애인체육계 베테랑'이 많다.

한국 휠체어육상 레전드 유병훈(51, 경북장애인체육회)은 통산 6번째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있다. 항저우 대회에서 T53 등급 400·800m 메달권 진입을 노린다.

"육상에 입문한 지 29년째다. '오래됐구나'를 느낀다. 아시아경기대회는 여섯 번째 출전인데도 매번 새로 참가하는 기분이 든다. 참 묘하다"면서 "그간 여러 대회에서 많은 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유독) 아시아경기대회에선 금메달이 없다. 이번엔 반드시 금메달을 손에 쥐고 싶다"며 덤덤한 출사표를 올렸다.

베테랑 품격이 말에 배어 나왔다. 눈은 목표를 향하지만 '몸'은 과정에 맞춘다. 육상의 본령은 언어와 국적, 피부색과 장애 정도가 다른 인물과 싸우는 데 있지 않다 했다. 경쟁자는 시종 자신이다.

"메달을 향한 목표 의식은 분명하다. 하나 육상은 결국 기록 경기"라면서 "기록 단축이 성장을 확인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지표다. 늘 종전 기록을 깨는 데 집중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는 과정, 이 과정을 이번에도 반복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한국 보치아 간판' 정호원(37, 강원도장애인체육회) 역시 산전수전을 경험했다. 2002년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된 뒤 21년째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있다.

2020년 도쿄 패럴림픽 보치아 페어(2인조) 금메달을 비롯해 패럴림픽 메달만 6개다. 지난해 바레인 월드컵에서도 정상에 올라 좋은 흐름을 유지했다. 현재 BC3 남자 개인전 세계 랭킹 1위로 항저우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다.

정호원은 "(아시아경기대회는) 다섯 번째 출전이지만 여전히 설렌다. 이번 항저우 대회 목표는 분명하다. 다른 국제대회에선 모두 2관왕에 올랐는데 유독 아시아경기대회서만 그러질 못했다. 이번엔 개인전과 단체전을 동시 석권하는 게 꿈"이라며 씩 웃었다.

▲ 항저우 대회가 통산 6번째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인 김영건은 한국 장애인탁구를 대표하는 베테랑이다. ⓒ 대한장애인체육회

2002년 부산,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 2관왕 출신으로 항저우 대회가 6번째 출전인 김영건(39, 광주시청)은 한국 장애인탁구 대표 베테랑이다.

발자취가 화려하다. 2004년 아테네,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서 남자 단식 금메달을 땄고 2년 전 도쿄에서도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어 건재를 증명했다.

"내게 아시아경기대회를 한 단어로 축약하라면 '금메달'이다. 나갈 때마다 거의 좋은 성적을 내왔다"면서 "신경 쓰이는 라이벌 국가는 많다.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좋은 재능이 많고 우리나라 김정길 선수도 실력자다. 그럼에도 자신감이 없진 않다(웃음). 현재 국면에선 내가 제일 유리하지 않나 싶다"며 백전노장으로서 기분 좋은 호승심을 보였다.

▲ 2006년 쿠알라룸푸르 대회 배드민턴 2관광 출신인 이삼석은 올해를 끝으로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 여정을 마감한다. ⓒ 대한장애인체육회

2006년 쿠알라룸푸르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 2관광에 오른 배드민턴 이삼석은 이번 대회가 마지막 아시안패러게임이다.

"이번이 세 번째 출전인데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 중이다. 기억에 남는 대회가 됐으면 한다"면서 "항저우에서 '알찬 마무리'를 거두고 싶다. 내 배드민턴 인생의 근사한 맺음말로 삼고 싶은 것"이라며 씩 웃었다.

이삼석의 연륜은 인터뷰 마디마디에 묻어났다. 좌우명이 그랬다.

"신조는 '오늘이 미래다'이다. 몸을 한 번 다치고 나니 내일이 없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지금 당장 일도 모르는데 내일을 (열심히) 준비한다는 건 어찌 보면 미련한 것 같다. 그냥 하루하루를 잘 보내면 미래는 보장돼 있다 생각하며 살고 있다."

어느 오래됨은 완고하다. 융통성이 적어 고집이 세다. 반면 다른 오래됨도 있다. 무르녹아 단맛이 난다. 애락(哀樂)을 떠올려도 거칠지 않고 관록의 향이 난다. 여기 4명의 장애인체육 베테랑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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