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외래 흰개미 2종 출현…다음엔 '더 센 놈' 온다?

홍준석 2023. 10. 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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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체 규모 수백만 마리' 대만흰개미 '요주의'
최근 10년간 수입검역서 흰개미류 30회 나와
우원식 "기후변화에 외래종 증가…검역 강화해야"
대만흰개미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올해만 외래 흰개미 2종이 국내서 확인됐다.

이미 10년 전부터 국내 유입 가능성이 제기됐던 흰개미 종들로, 또 다른 외래 흰개미도 국내에 이미 들어왔거나 앞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번식 속도가 빠르고 군체 규모가 큰 일명 '대만흰개미'가 특히 주의해야 할 외래종으로 꼽힌다.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수입검역 과정에서 흰개미류는 30차례 검출됐다.

이들은 모두 목재와 식료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대만흰개미로 불리는 '콥토테르메스(Coptotermes)속 포르모사누스(Formosanus)종'은 나오지 않았지만, 친척뻘인 콥토테르메스속 흰개미는 동정(분류학상 위치와 종 정보를 판별하는 작업)에 실패한 경우를 포함해 7차례 적발됐다.

검역 과정에서 나온 흰개미 명단엔 올해 5월 서울 강남구 주택에서 신고된 '마른나무흰개미(Kalotermitidae)과 크립토테르메스(Cryptotermes)속 도메스티쿠스(Domesticus)종'과 지난달 경남 창원시에서 군체가 여럿 발견된 '마른나무흰개미과 인사이스테르메스(Incisitermes)속 서부마른나무흰개미(가칭)' 등 2종은 없었다.

올해 5월 서울 강남구 주택에서 발견된 외래 흰개미 [연합뉴스 자료사진]

환경부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국내에 들어온 외래종 동식물은 2009년 894종에서 2021년 2천653종으로 연평균 16%씩 증가해왔다. 이중 한국 생태계에 정착한 것으로 판단되는 종은 707종(26.6%)에 달한다.

외래종 유입이 늘어난 주요한 원인은 국제교류 증가에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국제화물 물동량은 2020년 기준 12억8천만t(톤)으로 2004년보다 74% 많아졌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 외래종은 혹한을 견뎌내야 야생에 뿌리내릴 수 있는데, 최근 50년(1974∼2023년) 1월 평균기온이 영하 2.2도에서 영하 0.6도로 1.6도 높아지면서 정착 가능성이 커졌다.

대만흰개미는 1월 평균기온이 4도 이상인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땅속에서 생활하는 '지중흰개미'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중온도가 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남해안에는 서식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경남 창원시에서 발견된 외래 흰개미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흰개미는 생태계에서 나무를 분해해 탄소를 자연으로 환원하고 토양 수분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인체에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목조문화재와 건물을 먹어 붕괴시킨다. 이에 따라 경제적 비용이 세계적으로 연간 400억달러(약 54조억원)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흰개미 중에서도 대만흰개미는 번식 속도가 빠르고 군체 규모가 수백만마리에 달한다는 점에서 관리 필요성이 크다. 서부마른나무흰개미 군체가 3천마리, 도메스티쿠스 군체가 300마리 정도다.

실외에 서식하기 때문에 분포 범위가 넓고 건조한 환경에서 잘 살아남는 점도 대만흰개미의 '강점'이다.

이런 이유로 대만흰개미는 국토교통부가 2014년 3월 발표한 '한옥건축의 고위험 흰개미 피해방지 참고 자료'의 국내에 침입·정착할 수 있는 흰개미류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국내서 확인된 2종 역시 이 목록에 있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1994년부터 대만흰개미를 '검역 병해충'으로 지정해 관리해왔다.

검역본부는 흰개미 주요 유입 경로인 목재와 묘목 등을 일일이 검역하고 있으며, 가구에 대한 모니터링도 실시 중이다.

흰개미 전문가인 박현철 부산대 교수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검역 과정에서 흰개미를 100% 확인하지 못하는데도 30차례 적발됐다면 놓친 흰개미는 얼마나 되겠느냐"라며 "국내에 정착했을 가능성이 큰데 육안으로 관찰을 못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일단 대대적인 흰개미 분포조사가 필요하다"라며 "종별로 적합한 방제법을 강구해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흰개미 습성을 잘 아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대만흰개미에 의해 쓰러진 나무가 차량을 짓누르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부마른나무흰개미와 도메스티쿠스같은 마른나무흰개미를 방제할 때는 주로 서식 의심 지역을 밀폐한 다음 독가스를 주입하는 훈증 소독을 실시한다.

서식지를 특정할 수 있을 때는 감염 부위에 살충제를 뿌리고 감염목을 제거하거나 전자파와 열기를 가하기도 한다.

대만흰개미 등 지중흰개미를 방제할 때는 미끼형 바퀴벌레약과 비슷한 원리로 작동하는 생리활성 억제물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생리활성 억제물질을 묻힌 셀룰로오스를 섭취한 개체가 서식지로 돌아가 탈피에 실패해 죽으면, 사체를 포식한 다른 개체도 같은 이유로 죽게 된다.

다만 국내에서는 특허 문제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생리활성 억제물질을 도입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우원식 의원은 "기후변화로 외래종 유입·확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피해 사례가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라며 "검역과 방제체계를 강화해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만흰개미에 의해 훼손된 건물의 모습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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