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재 NH농협은행 홍콩지점장 "출범 2년차인 올해 흑자 낸다"

홍콩=박슬기 기자 2023. 10. 19.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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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홍콩서 발로 뛰는 K-금융인 릴레이 인터뷰⑥] 순익 100만달러 돌파 전망… 사무소 없이 바로 지점 설립에도 승승장구

[편집자주]글로벌 IB(투자은행) 메이저리그인 홍콩에서 한국계 금융회사 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홍콩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금융 중심지다. 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에서 K-금융의 위상과 경쟁력을 높이고 우량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이들을 만나봤다.

유용재 NH농협은행 홍콩지점장./사진=박슬기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④ 이태훈 우리은행 홍콩지점장 "글로벌 지점 순익 1위, 'IB명가' 세운다"
⑤ 노광국 하나은행 홍콩지점장 "외국환전문은행으로 홍콩에 첫 깃발… 최초·최고 타이틀 굳힌다"
⑥ 유용재 NH농협은행 홍콩지점장 "출범 2년 차인 올해 흑자 낸다"

"올해 순이익 100만달러(약 13억2000만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아무도 예상 못 했지만 출범 2년 차에 흑자 결산을 낼 수 있게 됐습니다."

홍콩 랜드마크 국제상업센터(ICC) 96층에서 만난 유용재 NH농협은행 홍콩지점장은 기대에 찬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그의 얼굴에선 금융중심지이자 해외사업 전초기지인 홍콩에 농협은행 지점을 안착시켰다는 자부심이 엿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4월7일 출범한 농협은행 홍콩지점은 영업개시 첫해인 지난해 46억80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하지만 올해는 흑자 전환에 성공해 선방한 성적표를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농협은행 홍콩지점은 5만6000달러(약 7600만원) 순이익을 냈다. 개점 1년 만에 소폭이지만 흑자를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흑자를 달성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통상 은행이 해외 진출을 할 때 현지에 대표 사무소를 세우고 주재원이 상주한 뒤 당국에서 지점 설립 인가를 받으면 사무소가 지점으로 전환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농협은행 홍콩지점은 대표 사무소 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지점을 설립해 영업을 개시했다.
NH농협은행 홍콩지점 내부 전경./사진=박슬기 기자


주재원·사무소 없이 바로 지점 설립


유 지점장은 "올해 초까지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코로나 제한 조치를 취한 나라 중 하나였는데 이런 강력한 제한 조치 속에서도 사무실을 구해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현지 직원들을 채용해 전산, 규정, 교육훈련, 대외 계약 등 영업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 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어 "대표 사무소도 없고 현지 주재원도 없는 상황에서 누구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였는데 무사히 영업을 개시한 결과 출범 2년 차인 올해는 연간 흑자 결산까지 바라보고 있어 쉽지는 않았지만 뿌듯하고 매우 보람 있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홍콩지점에는 본국 직원 5명, 현지 채용 직원 12명 등 총 17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 2019년 6월 홍콩금융관리국에 인가 신청을 낸 뒤 2021년 4월 은행업 라이센스를 획득했다. 이어 그해 11월 홍콩지점 영업개시 신고를 한 뒤 지난해 4월 대고객 영업을 개시했다.

유 지점장은 "홍콩 진출에 대한 농협은행 내부 의사 결정이 난 이후 은행장 이하 글로벌사업부, 홍콩지점 개설 준비반 직원들이 현지 당국의 요구 사항에 신속히 대응하고 부족한 부분들을 적극 보완했기 때문에 지점 인가가 가능했다"고 회상했다.

농협은행 홍콩지점의 IB(기업금융) 대출은 꾸준한 성장세에 있으며 IB 우량 딜 추진을 위해 매진 중이다. 유 지점장은 "현재는 개점 초기임을 감안해 무역금융 관련 자산이 90%, IB·기업여신 자산이 10%인데 추후 IB·기업여신 자산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개점 초기인 만큼 지속해서 현지 규정, 관행 같은 것들을 반영해 지점 내부 업무 흐름이나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사업 초기 안정화를 도모해 가야 한다"며 "우선 착실하게 우량 자산을 쌓아 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자산이 성장하는 것과 동시에 손익도 함께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 홍콩법인과 협업 강화


유 지점장은 최근 가장 큰 성과를 이뤘던 딜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진행된 'LNG 수출터미널 건설에 대한 투자금융 자금지원'을 꼽았다.

그는 "글로벌 LNG시장·터미널 건설에 대한 철저한 이해, 글로벌 투자은행과 끈끈한 네트워크, 영업 개시 후 한번 해보자는 홍콩 현지 직원들의 적극적인 사업추진 의지, 본점 IB사업부, 심사부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 홍콩지점은 NH투자증권 홍콩법인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NH투자증권 홍콩법인은 1994년 NH투자증권이 처음으로 해외에 설립한 곳이다.

유 지점장은 "아시아 금융허브에 위치한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아시아, 유럽 등에서 필요로 하는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 나갈 것"이라며 "증권, 선물, 자산운용 등 농협금융지주 산하 금융네트워크 등을 활용하고 한 국내 거래 고객의 해외 네트워크에 대한 자금 지원도 우선으로 챙겨봐야 할 사업 기회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 지점장은 홍콩지점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본국에서 파견된 주재원, 현지 채용직원들 모두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공동의 목표를 정확히 이해하고 받아들여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직원들의 문제 해결력과 판단력 그리고 성실함에 대해서는 칭찬과 존경도 함께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경석 NH농협은행 홍콩지점 팀장


안경석 농협은행 홍콩지점 팀장./사진=농협은행
안경석 팀장은 지난해 1월 홍콩지점에서 기업 신용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으로 선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제한적으로 입국을 허용했던 지난해 3월 안 팀장은 홍콩으로 입국해 업무를 시작했다.

안 팀장은 "수년간 쌓아온 여신, 외환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농협은행 글로벌사업 확장에 기여하고 선진 국제금융시장을 경험하기 위해 홍콩지점으로 근무를 희망했다"고 말했다.

그의 하루는 자금 현황과 국제 자금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자금거래 및 운용으로 시작된다. 본점에도 홍콩 현지 금융시장의 동향을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안 팀장은 "홍콩에서 이뤄지는 은행 비즈니스는 글로벌 금융기관들과 협업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특별히 더 중점을 두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 팀장은 "글로벌 선진 금융시장인 홍콩에서 많은 우수한 글로벌 금융기관들과 비교해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농협금융이 갖는 ▲ESG를 비롯한 녹색금융 ▲강력한 IT 인프라 등 장점을 살린다면 해외 글로벌 금융기관들과의 협업과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고 우수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채근담에 '오래 엎드린 새는 반드시 높이 난다'는 말이 있듯이 글로벌 사업확장을 위해 오래 엎드린 농협금융은 반드시 높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확신했다.

홍콩=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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