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인권위 14층에서 한숨과 헛웃음이 터져나온 이유 [프리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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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는 각종 '호소'가 몰린다(인권위 공식 이메일 주소는 호소(hoso)로 시작한다). 직장 내 괴롭힘부터 성차별, 군대 내 폭력, 수사기관의 부당한 수사 등 가늠하기도 어려운 수많은 사정과 사연이 인권위에 모인다.
인권위원 11명과 세상의 '호소'가 모이는 '전원위원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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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는 각종 ‘호소’가 몰린다(인권위 공식 이메일 주소는 호소(hoso)로 시작한다). 직장 내 괴롭힘부터 성차별, 군대 내 폭력, 수사기관의 부당한 수사 등 가늠하기도 어려운 수많은 사정과 사연이 인권위에 모인다.
취재하며 만난 인권위 구성원들은 자주 인권위가 한국 사회 인권의 ‘최후의 보루’라는 비유를 들곤 했다. 인권위가 역할을 충실히 했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지만, 인권위 구성원들에게 ‘인권을 지킨다’라는 사명감과 자부심이 있다는 건 분명히 느껴졌다. 그중 사무처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인권침해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건 오롯이 인권위원 11명의 몫이다.
인권위원 11명과 세상의 ‘호소’가 모이는 ‘전원위원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궁금했다. 9월25일 서울 중구 인권위 14층 회의실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전원위가 열리기 3시간 전까지 방청 신청이 가능하다). 오후 3시 회의가 시작되자 방청석에 앉은 사람들과 회의에 배석한 사무처 직원들의 시선이 인권위원 11명을 향했다.
김용원 상임위원이 말을 꺼냈다. 이충상 상임위원이 ‘직원 인격권 침해’로 진정당한 사건을 전원위에 상정하라고 했다. 애초 사건 담당 ‘소위원회’에서 심의한 자료와 달리, 조사관이 작성한 진정 ‘인용 보고서’가 아니라 김용원 위원이 새로 작성한 ‘기각 보고서’로 심의자료를 바꿔서. 절차를 두고 김용원 위원과 송두환 위원장이 공방을 벌였다. “우리의 기본 처리 절차랑 완전히 다르다(송두환)” “자꾸 알겠다고 하지 마라. 알지도 못하잖아(김용원)”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회의장이 술렁거렸다. 한숨이 돌림노래처럼 나왔다. 담당 국장 A씨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 계획된 안건을 다루기도 전에 그렇게 40분이 지났다. ‘더 있어야 할까?’ 고민됐다. 방청하던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아, 한 차례 웃음도 있었다. 남규선 상임위원은 지난 회의에 인권위원 5명 퇴장으로 정족수가 미달해 전원위가 파행된 점을 지적했다. “긴급한 안건을 논의조차 하지 못한 채 전원위를 마감했다.” 한석훈 위원의 대답 중 일부다. “오후 6시가 지나서 회의할 때는 위원장이 위원들의 양해를 받아라. 우리도 행동의 자유가 있고 나름대로 생활 계획이 다 있다.” 한 회의 배석자가 고개를 돌려 헛웃음을 터뜨렸다. ‘더 있어야 할까?’ 또 생각했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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