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가자병원 참사' 책임 공방… 확전 차단 외교전 물거품 되나

이지안 2023. 10.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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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에 로켓이 떨어져 수백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17일(현지시간) 발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충돌(이·하마스 충돌)의 확전을 막고 민간인 피해 등 인도주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향하기 직전 발생한 돌발 사태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이었다고 비난했으나 이스라엘군(IDF)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정파 '이슬라믹 지하드'(PIJ)의 오폭(誤爆)이라고 주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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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마스 충돌 ‘시계제로’
로켓 떨어져 최소 471명 사망
하마스 “이스라엘 공습” 비난
이 “이슬라믹 지하드의 오폭
관련 감청정보, 美 등과 공유”
바이든 “이 아닌 다른 쪽 소행”
美+3자 정상회담은 전격 취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에 로켓이 떨어져 수백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17일(현지시간) 발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충돌(이·하마스 충돌)의 확전을 막고 민간인 피해 등 인도주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향하기 직전 발생한 돌발 사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모두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의료시설 폭격에 대한 규탄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경악할 만한 전쟁범죄로 전대미문의 사상자까지 발생하면서 확전을 막기 위한 각국 외교전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다.
이스라엘 도착한 바이든, 네타냐후와 포옹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18일(현지시간)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껴안으며 연대를 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창 전쟁 중인 지역을 방문한 것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다. 텔아비브=EPA연합뉴스
가자지구 보건부는 18일 가자시티에 있는 알 아흘리 아랍 병원에 로켓이 떨어져 최소 47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314명에 달한다. 이는 2007년 이후 발생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5번의 무력충돌 중 단일 공격으로 발생한 최대 인명 피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사망자를 낸 의료시설 공격은 없었다.

비윤리적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성을 얻을 수 없는 이 공격을 감행한 주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이었다고 비난했으나 이스라엘군(IDF)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정파 ‘이슬라믹 지하드’(PIJ)의 오폭(誤爆)이라고 주장 중이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18일(현지시간) 텔아비브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7일 밤 가자시티 알아흘리 아랍 병원이 공격받을 당시 이스라엘 공군의 작전은 없었다고 밝혔다. 텔아비브=AFP연합뉴스
IDF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가자지구에서 테러범들이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 포격을 가했고 이 중 하나가 아흘리 병원 근처를 지나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언론에 전했다. 하가리 소장은 PIJ 대원들이 오폭에 대해 대화하는 감청정보도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미국 등과 공유하겠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출발 전 이 공격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에 앞서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이스라엘군이 아닌) 다른 쪽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병원 폭발 당시 동영상들을 보면 가자지구 쪽에서 발사된 로켓이 상공에서 요격된 뒤에 지상에서 또 다른 폭발이 발생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PIJ의 로켓을 요격하기 위해 발사된 이스라엘 미사일이 병원에 떨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통곡의 가자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에 위치한 알시파 병원에서 17일(현지시간) 알 아흘리 아랍 병원 참사로 얼굴에 잿더미를 묻힌 한 여성이 아들로 보이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울먹이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참사로 최소 471명이 숨졌다고 18일 밝혔다. 가자시티=AP연합뉴스
공격 주체가 확인되면 이들은 국제사회 규탄은 물론 전쟁범죄 혐의까지 받게 될 전망이다. 제네바협약과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로마규정 등 전쟁 상황에서 민간인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국제인도법은 의료시설에 대한 의도적 공격을 금지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의료서비스를 절대 표적으로 삼지 못하게 하는 국제인도법을 준수하라”고 촉구했고, 국제적십자위원회도 “어떤 의사도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어선 안 된다”며 이번 공격에 경악했다.

반미(反美)·반이스라엘에 선 이란은 이날을 공식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그동안 하마스를 지지하기보다 중재 메시지를 내 왔던 요르단 정부까지 사태의 책임을 이스라엘에 지우며 바이든 대통령,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확전 저지를 논의할 예정이던 4자 정상회담(3국+이집트)을 전격 취소했다.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에 더욱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 이상의 민간인 피해는 이란 등 주변 국가의 참전을 초래할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국제사회도 이를 용납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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