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XY한 대법원][단독]사법정책도 남성이 결정한다···여성위원 18%뿐

이혜리·김희진·김혜리 기자 2023. 10.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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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법원 주류에 여성이 없다

인사·예산을 비롯해 법원의 각종 정책을 결정하는 위원회에 남성 위원이 여성 위원보다 현저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6년 제정된 양성평등기본법(옛 여성발전기본법)은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여성의 참여 확대 방안을 국가가 강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행정부는 20년 넘게 성평등 관리 체계를 가동하고 있지만 사법부는 그렇지 않다.

18일 경향신문은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대법원으로부터 2021·2022·2023년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산하 위원회의 위원 현황 자료를 확보해 분석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21조는 행정기관의 사무에 관해 자문·조정·협의·심의·의결을 하는 위원회는 특정 성별이 전체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법에 따르면 여성 위원이 최소 40%는 돼야 하는 것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참여를 보장하고, 정책에 여성적 시각을 반영하기 위한 제도다.

자료를 살펴보면 대법원 산하 위원회는 전체적으로는 최근 3년간 여성 참여율이 유엔 등 국제기구가 권고한 최소치인 30%선은 넘겼다. 지난 9월 기준 11개 위원회에 참여하는 102명 위원 중 여성은 33명으로, 32.3%였다. 그러나 개별 위원회별로 살펴보면 법관 인사위원회는 위원 11명 중 여성이 2명, 법원장 인선 자문위원회는 위원 4명 중 여성이 1명이었다.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는 10명 중 2명, 헌법재판관 후보 추천위원회는 9명 중 2명만 여성이었다.

법원행정처 산하 위원회의 경우 30%선도 지켜지지 않았다. 올해 46개 위원회에 참여하는 407명 위원 중 여성은 62명으로 15.2%에 불과했다. 그나마 개선된 것이다. 2021년에는 45개 위원회의 436명 위원 중 여성이 39명(8.9%)이었고, 지난해에는 47개 위원회의 위원 473명 중 여성이 46명(9.7%)이었다.

근무성적 평정위원회는 전체 위원이 19명인데 지난해엔 여성이 한 명도 없다가 올해 3명을 넣었다. 해외연수 선발위원회는 2021년 전체 위원 5명 중 여성이 한 명도 없었는데 올해 전체 위원 수를 7명으로 늘리면서 여성 위원이 2명 들어갔다. 행정심판위원회는 19명 중 2명, 정책연구용역 심의위원회는 9명 중 1명, 법원 국민감사청구 심사위원회는 7명 중 1명, 사법정보화심의위원회는 10명 중 1명만 여성이었다. 근무성적평정 조정위원회, 대법원 예산집행심의회 등은 여성 위원이 아예 없었다.

이같은 수치는 위촉직과 당연직을 합한 것이다. 법원 위원회의 당연직은 법원행정처 실·국장이나 심의관, 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 4급 이상의 법원 공무원 등이 맡는데 대부분이 남성이다.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추천하는 외부위원도 대체로 남성이 지목된다. 위원을 추천하는 주체가 성평등에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구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2020년 6월 사법행정자문회의 회의록을 보면 의장인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은 “본인은 법 규정을 알기 때문에 위원회를 구성함에 있어 여성 비율을 맞추는데, 법관 인사위원회 등의 경우 외부 추천위원이 남성으로 추천되는 경우가 많아 여성 비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후보 추천위원회가 남성 위주로 구성된 것이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법관)’으로 쏠린 대법원 구성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위원 9명 중 당연직은 선임 대법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등 5명인데, 그동안 이들은 대부분 남성이었다. 김 전 대법원장은 비당연직 4명을 여성으로 지명하려 했지만 이런 기조가 유지될지는 불분명하다. 김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을 분산하면서 여러 위원회가 활성화되기는 했지만 위원회에서 성평등 관점을 담보할 장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법부 내에 성평등 정책 체계가 제대로 구축돼있지 않은 점이 근본적인 문제로 꼽힌다. 행정부의 경우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여성가족부가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각 기관들이 그에 따라 성별 대표성 제고 방안을 시행한다. 여가부는 매년 주기적으로 정부 위원회의 여성위원 현황을 조사한 뒤 목표치 미달 기관을 공표하고 개선 권고도 한다. 이같은 체계에 따라 정부 위원회는 위촉직 기준 평균 여성 참여율 40.2%를 2018년 달성했다.

그러나 사법부와 입법부는 이 체계에서 빠져있다. 양성평등기본법이 구체적인 의무사항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어서다.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는 법원 자체 전담기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각 법원마다 성폭력 사건이나 성평등 정책을 심의하는 양성평등지원관이 지정돼 있고, 법원행정처에 양성평등 심의위원회가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평등과 사법행정을 연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어떤 곳에서 누가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사법부는 남성이 90%를 하는 상황을 수십년간 유지하고 있다”며 “행정부가 20년 이상 문제를 인식하고 목표를 세워 성별 균형을 관리해온 성평등 기본 체계가 법원에서는 전혀 작동이 안 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의 기획시리즈 [이토록 XY한 대법원]의 XY는 남성의 성염색체를 말합니다.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 탄생한 지 20년이 됐지만 여전히 대법원은 남성 중심적으로 구성돼있습니다. 대법관 다양화와 관련한 더 많은 기사를 읽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로 들어오세요.
링크: https://m.khan.co.kr/series/articles/as378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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