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수주하고 보자"…고무줄 공사비 논란

김아름 2023. 10.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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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공사비로 갈등을 겪는 재개발, 재건축 현장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기존보다 낮은 수준의 공사비를 제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그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에서는 시공사 모집 당시 제시한 공사비는 앞으로 착공할 때 변동 여지가 있다며 계약 시 변동 여지 등을 사전에 살핀 뒤 분쟁의 여지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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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포커스] 남양주 퇴계원2 평당 550만원
업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액수"
수주한 우미건설 "착공 때 재책정"
수주시 공사비 의미 없어…재계약 때 분쟁 우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치솟는 공사비로 갈등을 겪는 재개발, 재건축 현장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기존보다 낮은 수준의 공사비를 제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그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에서는 시공사 모집 당시 제시한 공사비는 앞으로 착공할 때 변동 여지가 있다며 계약 시 변동 여지 등을 사전에 살핀 뒤 분쟁의 여지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우미건설이 최근 수주한 남양주 퇴계원2구역은 공사비가 평당 554만9000원에 책정됐다. 업계에서는 평당 500만원대 공사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변경계약이 불가피할 것이다”며 “공사도급 계약서에 착공 시에도 해당 공사비로 진행한다고 명기해 놓지 않으면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한 새로운 공사비 명세서를 제시할 것이다”고 했다.

업계의 지적에 대해 우미건설에서도 “착공 시점에 다시 공사비를 책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공사와 공사비 분쟁은 착공 이후에도 빈번한 상황이다. 부산진구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지구 촉진2-1구역’은 2015년 시공사로 GS건설을 선정하면서 3.3㎡당 550만원으로 가계약을 맺었지만 올해 GS건설이 3.3㎡당 987만원 수준으로 공사비를 증액해 달라고 요구하자 6월 임시총회에서 시공사 해지를 결정했다.

이처럼 올 상반기만 해도 평당 공사비가 무려 100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뛰었지만 최근 상급지로 분류되는 지역에서 평당 공사비가 700만원 대 수준을 넘지 않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하반기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동작구 노량진1구역 조합은 3.3㎡당 공사비를 730만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낮은 공사비 수준에도 현재는 GS건설과 삼성물산 간 경쟁 입찰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송파구 가락프라자 아파트 재건축에도 평당 공사비가 780만원 이하로 책정됐지만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격돌이 예상된다.

공사비가 낮아진 이유는 연말 수주 실적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일단 수주해서 올해 실적을 맞추되 실제 착공 시 다시 공사비를 재책정하면 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공사비가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사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건설공사에도 물가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지만 의무조항이 아닌 권고사항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를 놓고 시공사와 조합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조정이나 중재가 지연되거나 결렬될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며 “정부에서 표준도급계약서라는 것을 내놨지만 표준도급계약서는 민간 공사에서 많이 쓰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신규계약에서부터 공사비 분쟁의 여지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인 표준계약서에서 공사비증액을 다룬 조항이나 문구부터 명확히 바로잡아야 한다”며 “소비자물가지수나 건설공사비지수 중 하나를 증액기준으로 한다거나 착공 이후에는 물가변동에 따른 조정이 없다는 것 등이 예시다. 설계변경에 따른 금액변동은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적용하는지 등도 마찬가지다”고 했다.

김아름 (autum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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