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S+]원조 세계 1위의 몰락… 일본 반도체 산업은 어쩌다 망했나
1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인 도시바가 오는 12월20일 상장폐지된다. 1949년 도쿄 증시에 상장된 지 74년 만이다.
도시바의 상장폐지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도시바는 1986년 메모리반도체의 일종인 '낸드 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압도적인 기술력을 자랑했고 1990년까지 일본 NEC와 함께 글로벌 정상 자리를 놓고 맞대결을 펼쳤던 업체이기 때문이다.
일본 반도체역사관(SHMJ)에 따르면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1980년대 들어 메모리 부문에서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1970년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은 TI, 모토로라, 필립스가 3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었지만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품질이 우수한 D램 제품을 선보이며 점유율을 확대해 나갔다.
당시 일본은 반도체 산업은 정부 주도로 소재부터 장비, 제조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하며 미국 업체보다 더 높은 수율과 저렴한 가격을 자랑했다. 일본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로 미국 기업 등의 자국 시장 진입을 제한했고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덤핑공세를 펼치며 점차 유리한 고지를 점해나갔다.
1980년 들어 NEC, 도시바, 히타치, 미쓰미시 등 일본 기업들이 64K D램 부문에서 미국 기업을 처음으로 추월하더니 1987년에는 256K D램을 중심으로 세계 D램 시장의 80%를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일본의 이 같은 성장세는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미국은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반도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며 반도체 반덤핑 상계 관세를 부과하고 엔화가치를 2배로 절상한 플라자협의(1985년)와 일본의 반도체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반도체협정(1986년)을 잇따라 체결하며 일본 기업을 수렁으로 몰아갔다.
시장 변화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오판도 일본 반도체 산업의 위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1990년대 PC가 대중화되면서 크기가 작고 저렴한 D램의 필요성이 커졌지만 일본은 이 같은 흐름을 읽지 못하고 '25년 동안 고장나지 않는 D램'을 모토로 값비싼 고성능 D램 제조에만 매달리다가 수익률 개선의 때를 놓쳤다.
일본 히타치 제작소 연구원 출신인 유노가미 다카시는 '일본 반도체 패전'이라는 저서에서 "과잉 기술과 과잉 품질의 제품을 고수하는 고질병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일본 반도체 산업이 쇠퇴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본이 시대 흐름을 잘못 읽은 틈을 파고든 것은 한국의 삼성전자다. 1983년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을 개발한 삼성전자는 9년 만인 1992년에는 세계 최초로 64M D램 반도체를 선보이며 이듬해 글로벌 1위에 올랐다.
반면 일본은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었다. NEC와 히타치가 합작한 일본 최대 D램 업체 엘피다는 2012년 파산했고 도시바는 2017년 메모리 사업부를 매각했다. 2019년엔 파나소익이 반도체 사업에서 철수했다.
올해 2분기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43.4%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이 각각 28.1%, 23.6%로 2~3위를 기록하고 있다. 3사가 세계 시장의 95.1%를 장악하고 있으며 한국업체의 점유율만 71.5%에 달한다.
그나마 낸드 시장에서는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가 19.6%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1위인 삼성전자(31.1%)와 격차가 큰 데다 3위인 SK하이닉스(17.8%)와의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다. 최근 키옥시아가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의 합병을 통해 반전을 모색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의 지분 15%가량을 갖고 있어 성사를 장담할 수 없다.
기술력 면에서도 한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일본의 반도체전략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키옥시아의 주력제품인 낸드는 부가가치가 높은 SSD를 구동하는 로직 반도체(SSD 컨트롤러)의 설계와 제조 모두를 TSMC 등에 위탁하는 등 아직 삼성전자의 경쟁상대는 아니라는 데 이견이 없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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