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플러스 부도로 난감해진 한국투자증권

김남희 기자 2023. 10.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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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 대유플러스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후 두 달여 만에 돌연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해 버리면서 BW 발행 주관을 맡았던 한국투자증권에 원망이 쏟아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 제조사 대유플러스는 올해 7월 기존 채무를 상환하겠다며 BW를 새로 발행해 300억 원을 조달했다. 그러나 채권 발행과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끌어모으고도 지난달 빚을 갚지 않은 채 법정 관리를 선언해 버렸다.

7월 발행한 BW를 산 투자자 일부는 발행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기업 실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묻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실사 과정에서 부실을 걸러내지 못하고 수수료 이익만 챙겼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유플러스는 9월 25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2022년 3월 300억 원 규모로 발행한 제12회차 BW에 대한 조기 상환 청구액을 지급하지 못하면서다. 다음 날 법원은 포괄적 금지 명령과 재산 보전 처분 명령을 결정했다. 대유플러스 주식 매매 거래도 정지됐다. 대유플러스 채권·주식 투자자의 일부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BW는 추후 신주(주식)를 인수할 권리가 있는 채권이다. 사채권자는 발행 기업 주가가 오를 경우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 대유플러스는 2022년 3월 300억 원 규모로 12회차 BW를 발행했다. 당시 일반 공모로 자금 100%를 조달했다. 대유플러스는 올해 7월 26일부터 한 달간 첫 조기 상환 청구 접수를 받은 후 9월 24일 원리금을 지급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룹 전반의 자금난이 부각되며 첫 초기 상환에 총 발행액에 육박하는 296억 원(원금 286억 원, 이자 10억 원) 규모의 청구가 몰리자, 대유플러스는 갚을 돈이 없다며 다음 날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대유플러스 12회차 BW를 샀던 한 투자자는 “14회차 BW 일반 청약률이 저조했던 데다 12회차 BW 채권 가격도 계속 하락해 불안했는데 결국 일이 터졌다”고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위니아딤채지회 조합원들이 2023년 10월 18일 광주시청 앞에서 법정 관리 신청을 한 위니아 박영우 회장에게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

문제는 불과 두 달 전인 올해 7월 대유플러스가 12회차 BW를 포함한 채무 상환 목적으로 BW를 300억 원어치 추가 발행했다는 것이다. 대유플러스는 올해 6월 300억 원 규모 제14회 BW 발행을 결정했다. 제9회·10회 전환사채(CB)와 제12회 BW 조기 상환 청구에 대응해 채무 상환에 200억 원을 쓰고 시설 운영에 100억 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재무 건전성에 비해 표면 금리 3.0%, 만기 금리 5.0%란 낮은 금리를 제시한 탓에, 7월 초 진행한 일반 공모에선 공모액의 8%인 24억 원만 청약이 이뤄졌다.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인수사인 SK증권이 92%에 달하는 청약 미달분을 떠안았다. 7월 10일 한국투자증권이 162억 원, SK증권이 114억 원어치 BW를 인수했다. 이들은 총 발행액의 1.5%를 기본 인수 수수료로 받고, 잔여 물량 인수에 대한 실권 수수료로 잔여 물량 인수액의 8.0%를 받았다.

두 증권사는 실권 물량 인수 후 기관 투자자에게 즉시 되팔았다. 한국투자증권은 7월 11일 파로스자산운용 외 7개 기관 투자자에 152억 원치를 장외 매도했고, 이튿날 KGT자산운용에 5억 원어치를 장외 매도했다. SK증권도 7월 11일 114억 원어치를 전량 장외 처분했다. 개인은 물론 기관들도 한국투자증권에 불만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유플러스의 갑작스러운 법정 관리 신청에 충격을 받은 투자자들은 BW 발행 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한국투자증권이 14회차 BW 발행 전 기업 실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것이다. 대유플러스가 빚을 갚을 능력이 있다고 본 주관사 한국투자증권의 판단을 믿고 BW를 샀기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표 주관사로 선정된 후 5월 23일부터 3주간 대유플러스를 실사했다. 6월 22일에도 2차 실사를 했다. 기업 실사에는 투자 위험 요소, 자금 사용 목적, 경영 능력, 재무, 감사 의견, 회사의 기관·계열회사에 관한 사항 등이 포괄적으로 포함된다. 기업금융 업무 경력이 21년에 달하는 커버리지3부 이모 이사가 대유플러스 기업 실사를 총괄했다.

대유플러스에 앞서 대유위니아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위니아전자가 9월 20일 서울회생법원에 먼저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같은 날 박현철 위니아전자 대표이사는 지난해 7월부터 300억 원대 임금을 체불한 혐의로 구속됐다. 대우전자가 전신인 위니아전자는 코로나 대유행 기간 중국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자본 잠식에 빠지는 등 자금난을 겪었다. 또 다른 계열사 위니아도 이달 5일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그룹 내 상장 계열사 5곳 중 3곳이 부도를 낸 것이다. 이보다 훨씬 전부터 그룹 각 계열사의 재무 상황 악화 신호가 있었는데도 한국투자증권이 대유플러스 BW 발행을 강행해 투자자에게 피해를 줬다는 게 투자자 측 주장이다.

대유플러스는 2022년 222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고서도 243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계열사에 빌려주고 회수하지 못한 돈을 손실 처리하는 등 기타비용이 급증한 영향이다. 주주와 채권자로부터 동원한 자금으로 계열사를 도운 셈이다.

일각에선 위험도가 높은 정크본드에 투자하고선 발행 주관사에 책임을 묻는 것은 억지 주장이란 반응도 나온다. BW를 발행하는 회사치고 재무 구조가 아주 탄탄한 회사가 없는데, BW 같은 고위험 채권을 살 정도의 투자자라면 이를 모를 리 없었을 거란 얘기다.

이미 올 초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 같은 신용 평가사들은 대유플러스의 신용 평가 등급을 정크본드에 해당하는 ‘BB’로 매겼고, 신용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낮췄다. 당시 한국기업평가는 “계열사에 대한 지원 부담으로 대유플러스의 현금 흐름이 저조하고 재무 안정성이 저하됐다”고 평했다. NICE신용평가도 “계열사에 대한 지속적 지원으로 직간접적인 손실 규모가 확대되고 있고, 과중한 수준의 차입 부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유플러스의 총 차입금은 2020년 1257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777억원으로 증가했다. 회사 측은 “계열사 관련 지속적 자금 소요로 부족 자금을 외부 차입을 통해 조달하면서 순차입금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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