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격파의 쾌감···읽는 사람만 아는 ‘리더스 하이’[요즘, 책 어떻게 읽으세요?]

이영경 기자 2023. 10. 19. 06: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책과 관련된 이미지. 언스플래시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절대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 … 퍼덕퍼덕 움직이는 세계가 있으니 죽어 있는 글자 따위는 눈에 담지 않는다. …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 강유원의 <책과 세계> 가운데

강유원의 <책과 세계> 속 한 구절이다. 강유원은 자연을 ‘퍼덕퍼덕 움직이는 세계’로 표현했지만, 오늘날에는 ‘퍼덕퍼덕 움직이는 영상’으로 바꾸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유튜브 등 ‘볼 것’이 너무 많은 시대에 독서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 대부분 책을 안 읽는 이유로 ‘접근성’을 꼽는다. 도서관이나 서점까지 가야 하기에 물리적 접근성도 떨어지지만, 어려운 내용과 책의 두께가 주는 압박감 등 심리적 접근성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읽고 싶은 책을 읽기 위해 ‘독서의 지도’를 그리는 사람이 있다.

혼자서 마라톤을 완주하긴 힘들어도 함께 뛰면 더 쉬운 것처럼, ‘벽돌책’을 읽으려 함께 호흡을 맞추고 격려하며 완독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베스트셀러 위주로 진열된 서점에서 ‘좋은 책’을 찾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을 추천하고 함께 읽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달리기 과정에서 느끼는 쾌감인 ‘러너스 하이’처럼, 독서를 거듭하며 책 속에서 ‘리더스 하이’를 경험했다.

읽고 싶거나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기 위한 ‘독서 로드맵’을 제작해 서비스한 신희수씨를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까페창비에서 만났다. 독자에게 제공한 ‘독서로드맵’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책 읽기에도 지도가···‘독서 로드맵’ 그려드립니다

“꼭 읽고 싶었지만 난도나 밀도, 깊이, 배경지식 등의 문제로 완독에 실패했던 책을 읽으실 수 있도록 아예 다른 책 두 권을 독서 습관에 맞게 놓아드리는 로드맵입니다.”

신희수씨(24)는 지난해 8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독서 로드맵’을 그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다른 책을 징검다리 삼은 지도를 그려주는 서비스였다. 신청자의 독서량, 관심사, 독서 시간 등 독서 습관까지 고려해 알맞은 책을 추천했다. 1056쪽에 달하는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읽고 싶지만 “새로운 책을 읽는 게 어렵다”는 독자에게 입문자가 읽기 쉽게 풀어쓴 <필로소피 랩>을 먼저 추천하고, 대중서와 전문서 사이에 있는 <아주 오래된 질문들>을 권하는 식이다.

신희수씨가 독자의 의뢰를 받고 마사 너스바움의 <혐오와 수치심>을 읽기 위해 만든 로드맵. 신희수 제공

새로운 분야에 입문하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는 ‘하나, 둘, 셋, 읽는다!’를 제공했다. 낯선 분야에 대해 친근하고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책부터 그 분야의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책까지 모두 다섯 권 추천했다. 트위터에 ‘해마’라는 독서 계정을 만들고 서비스를 시작하자, 독자들의 신청이 이어졌다.

“제가 책 욕심이 많은 편이에요.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은데, 그중에서 독자에게 불친절하거나 특정 배경지식을 갖지 않으면 벽이 느껴질 수 있는 책들이 있는 것 같아요. 환경 문제를 다룬 브뤼노 라투르의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이 그랬어요. 읽고 싶은 책을 못 읽으니 속상했죠. 그러다 관련된 책 두 권을 읽으니까 1년 정도 지나서 그 책이 읽히더라고요. 배경지식이 쌓였던 거죠. 이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들 책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독서 습관까지 고려한 섬세한 로드맵에 독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신청자는 20대가 주를 이뤘고, 30대와 10대 후반도 있었다. 한 신청자는 “신청 과정에서 독서 취향과 습관을 돌아보게 됐다. 흥미진진한 자극적인 책은 완독하지만, 어렵거나 비교적 잔잔한 분야엔 쉽게 흥미를 잃고 곧 다른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런 부분을 감안해 로드맵을 그려주니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며 “한 권에 온전히 집중해 조금씩 끊어 읽는 연습을 하면서 완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신씨가 ‘독서 중독자’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소설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는 신씨는 지난해 11월 독자들이 단어 3개를 말하면 어울리는 책을 추천해주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사랑·죽음·인생’이란 키워드엔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을, ‘교육·불평등·타파’란 키워드엔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추천했다. ‘슬라이드·나이테·파란 노을’과 같은 다소 난감한 조합도 있었지만, 김보영의 <0과 1 사이>가 떠올랐다. 지난해 70권의 책을 추천한 데 이어, 올해엔 100권의 책을 추천하는 독서 키워드 프로젝트를 다시 열 계획이다. 그는 “읽는 책이 많이 달라져서 다음엔 어떤 책이 연상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독서로드맵을 만드는 일을 했던 신희수씨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의 까페창비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쯤 되면 ‘독서 자판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 법하다. 그런데 잠깐, 신씨는 20대 중반, 책보다 영상이 더 친숙한 Z세대다. 신씨가 독서에 본격적으로 빠져든 건 스무 살이 넘어서였다. 버지니아 울프와 박솔뫼 소설 속 인물들의 매력에 반해 시작된 독서가 분야를 넓히면서 확장됐다. 독서가 독서를 낳는 ‘독서의 확장성’은 독서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독서의 장점이다.

“청소년 땐 입시 공부 때문에 책을 읽기 어려웠어요. 대학에 들어와 소설을 읽었는데, 인물들과 이야기가 너무 좋았어요. 책을 찾아 도서관과 서점에 가니 너무 많은 분야의 책들이 있고, 모두 다른 말을 하더라고요. 세상이 어떻게 생긴 건지 알고 싶어졌죠. 학문 분야에 따라 다른 렌즈를 써서 현상을 바라보잖아요. 그 도구를 많이 획득하고 싶었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진짜 제 생각을 갖고 싶었던 것 같아요.”

‘독서 중독자’들이 그렇듯이 신씨는 책의 물성을 사랑한다. “책에 밑줄을 긋고 메모하고 인덱스를 붙이면서 앞과 뒤가 연결됐다는 걸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중에 다시 읽을 때 제가 쓴 걸 보면서 덧붙일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그가 읽어온 책을 따라 진로도 정해졌다. SF 소설을 좋아했던 신씨는 SF에서 던지는 사람과 기술 사이 관계에 대한 질문에 매료됐다. 인공지능(AI)의 발달, 기후위기 등 관심 분야를 읽다 보니 자연스레 현대철학의 포스트휴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대학원에 진학해 포스트휴머니즘을 공부하고 있다.

독서 로드맵 서비스는 현재 ‘방학’ 중이다. 대학원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돼 시간과 여유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때의 신씨는 지난해와 다른 로드맵을 그려낼 것이다. 읽는 책들이 달라지고, 관심사와 사고 또한 계속 변화하고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 사람은 그가 읽어온 책들로 만들어지는지도 모른다.

■독서가들이 전하는 책 읽기 팁

1.베스트셀러만 읽기보다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아보자.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독서를 한다면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책과 분야를 찾아가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2. 읽고 싶은 책이 어렵다면 관련 분야의 대중서나 입문서를 먼저 읽자.
읽고 싶은 작가에 대해 소개하는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3, ‘벽돌책’을 완독하고 싶다면 ‘독서 메이트’를 구하자.
함께 목표를 정해 읽는다면 어려운 고비도 넘길 수 있다.

4. 자신에게 맞는 독서모임이나 독서플랫폼에 가입하자.
바쁜 직장인이라면 온라인 독서 플랫폼도 도움이 된다. 동네에서 함께 책 읽을 사람을 모아 독서모임을 만드는 것도 좋다.

5. 한 번에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자.
조금씩 나눠서 읽어나가다 보면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를 수 있다.

6. 취향에 맞는 책만 읽기보다 다른 분야의 책에도 도전해보자.
독서모임이나 독서플랫폼에서 책을 추천받는 것도 좋다.

7. 책을 읽으며 가슴에 훅 들어온 문장을 기록하자.
문장을 기록하고 다른 사람과 나누면 더 기쁘다.
소설가 장강명씨와 김혜정씨 부부가 만든 온라인 독서플랫폼 그믐. 그믐은 별도의 회비 없이 무료로 누구나 가입해 독서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그믐홈페이지 갈무리
‘격파’의 기쁨… ‘벽돌책’ 완독하기
“그믐달은 하늘에서 보기 어려워요. 요즘 책 읽는 사람들 보기가 힘들어 마치 그믐달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믐달이 사라지면 어둠이 찾아오잖아요. 어둠에 저항하는 달빛이 되자는 생각에 ‘그믐’이라 이름 지었어요.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는 의미로요.”
- 독서플랫폼 ‘그믐’의 대표 김혜정씨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딘가 비장한 면이 있다. 지난해 9월 남편인 소설가 장강명씨와 함께 독서 플랫폼 ‘그믐’을 연 김혜정 대표도 그랬다. 그믐은 시작부터 오로지 책에만 집중한 운영 방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모티콘 사용 금지, ‘좋아요’ 기능 삭제, 글 삭제를 불가능하게 한 점, 독서 모임을 최대 29일까지만 진행할 수 있게 제한한 점 등이다.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뭉뚱그려 표현하는 걸 지양하고, ‘좋아요’ 등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경쟁에 치중하지 않고 대화나 토론이 가능하게 했으며, 자신의 의견을 신중하게 표현하고 토론의 흔적을 남기도록 글을 삭제할 수 없게 했다. 모임의 본질이 독서가 아닌 ‘친목’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책 모임은 29일이 지나면 끝난다. 현재 그믐 회원은 8000여명이다. 김 대표는 “우리는 이미지가 아닌 언어로 생각하며, 사고를 발달시킨다.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는데, 글은 나와 세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도구다. 언어를 잘 사용하는 사람들이 삶을 더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굉장한 성취감을 느꼈어요. 세 달 동안 함께 책을 읽어나가면서 같이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동지애를 느꼈죠.”

그믐 회원 스마일(별명)은 지난해 가입해 도스토옙스키의 3대 장편 <악령>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도박사’(도스토옙스키를 읽는 박식한 사람들의 모임)에서 함께 읽었다. 한 달에 한 편씩, 석 달에 걸쳐 완독하는 프로젝트였다. “중간에 지겹거나 고비가 왔을 때 사람들이 공감해주고 독려해줬다. 혼자 읽었으면 자기 만족으로 끝났을 텐데,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좋은 문장을 공유하며 연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완독’의 효능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사고의 확장’이다.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통해 러시아 역사와 사상에 대해 알게 됐고, 서로 관련 책을 추천하면서 독서의 지평도 넓어졌다. 두 번째는 ‘독서력 상승’이다. ‘벽돌책’을 읽고 나면 책을 보는 안목이 생기고, 확장되고 성숙해진다는 것이다. “두꺼운 책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시야가 넓어져 다른 책에도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자 대학 입시나 교육과정에 대해 공부할 것도 많아져 혼란스럽고 어디론가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공허하기도 했죠. 집에 책을 읽는 자리가 있는데, 책을 읽다 보면 책이 나침반 같았어요. 경쟁적 입시에 관심을 쏟다 보면 이기적·개인주의적이 되는 느낌이 드는데, 책을 읽으면 위로를 받았죠. 힘들 때 앉는 자리가 책 읽는 자리가 됐어요.”

문학동네에서 운영하는 완독챌린지 ‘독파’의 홈페이지.

문학동네는 ‘독파’라는 독서 플랫폼을 만들어 한 권의 책을 함께 완독하는 서비스를 2년 전 시작했다. 작가, 편집자, 마케터가 참여해 독자들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완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 권 독파 기간은 15일이며, 누적 이용 건수는 5만건에 달한다.

독파 회원 한소현씨(25)는 “독파 챌린지 미션을 따라가면 혼자 읽을 때보다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 답변을 볼 수 있어서 한 권의 책을 읽고도 다양하게 사유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난독증이 있었던 한씨는 청소년 문학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 유일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 그림책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에게 책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일에 관심이 생겼죠. 책은 어린이들에게 씨앗과 같아요. 당장 효과가 나타나진 않아도 삶에 스며들어 언젠가는 발아한다고 생각해요.”

한씨는 “책은 누군가의 세계를 알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장치”라며 “타인의 세계를 내가 다시 사유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좋다. 책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음사 북클럽 회원에게 제공하는 <잡동산이>. 완결성 있는 다양한 장르의 글이 수록돼 다방면의 독서를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한 챕터를 마칠 때마다 스티커를 붙이고, 책 중간에 책과 관련한 십자말풀이를 넣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 민음사 제공
취향이 아니라고?…“일단 읽어봐”

“동네에서 함께 읽을 사람들을 모아 카페에서 같이 읽었어요. 그동안 취향에 맞는 책만 골라 읽었는데,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한국문학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되게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됐죠.”

민음사의 북클럽 회원 구하람씨(32)의 말이다. 2011년 시작한 민음북클럽은 그동안 회원들에게 독서와 관련된 굿즈(상품)를 제공해왔지만, 올해엔 민음사에서 출간한 책들 중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꼽아 <잡동산이>라는 일종의 ‘가이드북’을 만들어 나눠줬다. 발췌한 글이 아니라 단편소설, 논픽션의 한 챕터 등 완결된 글을 하루에 한 편씩, 80일 동안 완독하도록 구성했다. 총 80권의 책이 소개된 것이다. <채근담>부터 시, 한국 단편소설, 해외 단편소설, 에세이, 인문 에세이, 학술 등 분야의 글이 담겨 있다. 오늘은 최유안의 단편 ‘보통 맛’을 읽고, 내일은 문예지 릿터에 실린 ‘예의 있는 반말’의 한 챕터를 읽는 식이다.

구씨는 “처음엔 제 취향이 반영됐다기보다 다양한 분야의 글들이 함께 들어 있어 읽기 쉽지 않아 보였다. 동네에서 함께 읽을 사람들을 모아 독서 모임을 시작해 같이 읽어나가니 점점 재미가 붙었다”며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생겨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독서 분야와 취향이 확장되는 것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잡동산이>에 실린 평어에 관한 글을 읽고 독서모임에서 평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연장자 분도 흔쾌히 동의하셨어요. 평어를 써보니 메시지의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하게 됐고, 중요한 건 존대어든 평어든 그 안에 담긴 존중의 마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는 “모르는 사람과 평어를 쓰긴 어려운데, 열린 마음이어서 가능했다. 관계에 새로운 것이 생겨났다”고 덧붙였다.

나는 읽기의 고유한 본질이 고독 속에서 일어나는 소통의 비옥한 기적에 있다고 생각한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독서에 관하여>에서 이같이 말했다. 책을 위한 로드맵을 그리고, 완독에 함께 도전한 이들이 경험한 것이 바로 ‘고독 속에서 일어나는 소통의 비옥한 기적’이 아니었을까. 홀로 또 함께 ‘독서의 기적’을 느끼기 위해 도전해보기 좋은 10월이다.


☞ [요즘, 책 어떻게 읽으세요?]유튜브도 독서인가
     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310120600011#c2b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