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만드는 공학자 '비버', 수 천년 전 인간 문명 조력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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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공학자' 비버가 수천 년 전 유럽의 풍부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탈리 부르스가르드 네덜란드 라이든대 교수 연구팀은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반도 남부, 발트해 지역 및 러시아 등에서 발굴된 고대 흔적을 분석한 결과 비버가 홀로세(신생대 제4기·현세) 초기 인간 사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더 홀로세'에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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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공학자' 비버가 수천 년 전 유럽의 풍부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탈리 부르스가르드 네덜란드 라이든대 교수 연구팀은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반도 남부, 발트해 지역 및 러시아 등에서 발굴된 고대 흔적을 분석한 결과 비버가 홀로세(신생대 제4기·현세) 초기 인간 사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더 홀로세'에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비버는 19세기 네덜란드에서 멸종되기 전까지 수천 년에 걸쳐 네덜란드 전역에 퍼져있었다. 연구팀은 유럽 곳곳에서 발굴한 비버 뼛조각을 그 증거로 들었다. 홀로세 초기 인간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각종 사냥도구가 비버의 뼈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나뭇가지 사이에 흙이나 돌을 합쳐 댐을 짓는 비버의 습성은 당시 네덜란드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비버는 하천이나 늪을 깊게 판 뒤 나무, 흙, 돌 등으로 일종의 제방을 쌓는다. 보금자리의 입구는 수면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있지만 잠자리는 건조하게 유지된다. 공학적 설계로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어서 '동물 공학자'라고 불린다.
연구팀은 하천이나 늪에 서식하는 물고기, 물새, 식물들이 비버의 댐 건설로 인해 번성할 수 있었다고 추정했다. 물 높이가 조절되면서 동물의 서식지 범위가 넓어졌다는 설명이다. 비버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유적지에서는 특히 수달, 멧돼지, 갯장어, 잉어 등의 흔적도 다수 발견됐다.
다양한 생물은 근처에 서식하던 인간에게 중요한 자원이 됐다. 부르스가르드 교수는 "당시 사람들은 비버가 만들어낸 환경에서 거주하는 것을 선호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수렵과 채집 활동에 있어서 비버가 만들어낸 생태계 환경이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버 자체도 인간사회의 사냥감이었다. 연구팀은 일부 유적지의 흔적을 분석해봤을 때 "비버가 당시 네덜란드 일부 지역에서 가장 흔한 포유류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홀로세 초기 사람들은 비버를 사냥해 고기를 섭취하고, 턱뼈나 이빨 등은 목공 도구를 제작하는 데 사용했다"고 밝혔다.
한편 네덜란드 정부는 19세기에 멸종됐던 비버를 1988년 다시 들여왔다. 부르스가르드 교수는 "인간은 수천 년간 비버로부터 혜택을 받았다"며 "비버와 공존할 방법을 다시 한 번 배워야한다"고 강조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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