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비싸게" 눈높이 높인 집주인들…"안 사요" 매물 쌓인다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뜨거운 여름'을 보낸 서울·수도권 부동산 시장 열기가 가을 찬바람이 불면서 식어가는 분위기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6000건 넘게 쌓였지만 그만큼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 수십대 1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단지에서도 미계약 사례가 속출한다. 청약을 위해 꼭 필요한 청약통장 가입자 수도 줄었다.
18일 프롭테크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도물량은 7만6671건으로 2020년 10월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처음으로 7만5000건을 넘긴데 이어 증가폭이 커졌다. 올해초 매물이 5만건 안팎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5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아파트를 팔겠다는 사람이 크게 늘었지만 실제 거래는 오히려 줄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085건으로 전월(3840건)보다 755건 줄었다. 부동산 거래 신고가 30일 내 이뤄진다는 점을 반영해도 4000건을 넘긴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1월 1411건에서 점차 증가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4월 3186건, 5월 3425건, 6월 3848건, 7월 3586건, 8월 3840건에 이어 9월까지 반년째 3000건대에 그치고 있다. 다섯 달째 3000건대에 머물고 있다. 통상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인 월평균 5000~6000건에 못미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한풀 꺾여 4주 연속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2주(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8.4로 전주(89.0) 대비 0.6포인트 내렸다.
'대체재'가 쌓이면서 청약시장 열기도 가라앉는다. 여름까지만 해도 높게는 수백대 1에 달했던 서울과 수도권 청약시장마저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울시 구로구 개봉동 '호반써밋 개봉'은 지난달 1순위 청약에서 25.23대 1 경쟁률을 기록했음에도 계약포기가 속출하며 미계약 물량 72세대가 다시 시장에 나왔다. 지난 16일 실시한 무순위 청약 결과 14.88대 1로 본청약보다도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도 광명 '트리우스 광명'은 전날 1순위 청약에서 일부 타입에서 미달이 발생하기까지 했다.
청약통장 가입자도 감소세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80만2550명이다. 올해 초 2638만1295명 대비 57만8745명(2.2%) 줄었다. 서울에서도 연초 611만724명에서 지난달 601만9183명으로 9만1541(1.5%)명 줄었다. 청약 1순위(0.5%)보다 2순위(3.2%) 가입자 수의 감소폭이 더 컸는데, 이는 신규가입이 적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부동산 시장 온도가 달라진 이유는 아파트 가격이 비싸진 반면, 비용을 조달하기는 어려워지면서다.
먼저 기존 아파트들의 가격이 높아졌다. 연초 급매물이 대거 소진되고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반등했다. '눈높이'가 높아진 집주인들은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매물을 내놨다.
'새 아파트' 가격도 올랐다. 연초부터 전국 건설현장 곳곳에서 공사비 인상을 두고 시공사와 시행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자재비와 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로 분양가가 치솟으며 '역대 최고 분양가' 사례가 속출했다.
집값이 올랐는데 금리까지 오르면서 대출 여력이 줄었다. 이자부담이 커진 실수요자들이 무리해서 집을 사는 대신 관망세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급매물은 대부분 소진됐고 시세는 연초 대비 크게 오른 상황"이라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아져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진 가운데, 기존 아파트든 신축 아파트든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곳이 아니라면 수요자들의 부담이 커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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