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오늘 6연속 동결할 듯… 물가 상승 압력에도 경기에 방점 찍나

박슬기 기자 2023. 10. 19.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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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늘(19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융권에선 한은 금통위가 3.50%인 기준금리를 6차례 연속 동결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충돌로 인해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압력, 매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계부채, 2%포인트에 이르는 한·미 금리 역전 차는 여전히 금리인상 요인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국내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수출 경기 부진 등을 감안하면 한은 금통위가 무리하게 금리인상을 단행해 경기를 위축시키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관건은 금리 인하 시기다. 한은이 연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란 기대는 사라진 분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환율 불안, 여전히 높은 물가가 등이 부담으로 작용해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동결 여부를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가 동결 결정을 내릴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투협이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52개 기관의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0%는 한은 금통위가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10%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 전망 유지했으나 4%대 재진입 우려


우선 한은의 최우선과제인 물가 안정 측면에서 보면 한은은 연말 물가상승률이 3% 안팎으로 안정화될 것이란 기존 전망을 유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잡을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이후 전반적인 하락세를 나타냈다. 올해 들어서 물가상승률은 1월 5.2%를 기록한 후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를 기록하다가 7월에는 2.3%까지 떨어졌지만 8월 3.4%, 9월 3.7%로 2개월 연속 3%대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간 확전으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면 국내 물가상승률이 4%대에 재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상여건 악화 등도 물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공언했던 정부의 기대와 달리 물가가 들썩일 조짐을 보이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물가안정 관계장관회의'에서 물가 안정에 총력 대응을 선언했다. 농·수산물 할인과 물량 공세 등을 통해 물가를 억누르겠다는 방침이다.


9월 가계대출 증가폭 줄어 한숨 던 한은


가계대출 증가 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동결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9월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9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2조4000억원 늘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증가폭을 보면 5월(2조8000억원), 6월(3조5000억원), 7월(5조3000억원), 8월(6조1000억원) 등 매월 확대되다가 지난달 축소됐다.

경기 둔화 우려와 금융시스템 안정을 감안해도 금리 동결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상수지가 지난 8월에도 48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데 따른 '불황형 흑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8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09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236억6000만달러)와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높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연체율도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17.28%에 달하며 대출 잔액은 5조5000억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 대출액이 100조원 이상 늘어난 데다 연체율은 8년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점은 금융권 최대 신용리스크로 지목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상호금융·여전사·저축은행·보험 등 금융업권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634조9614억원으로 2021년 상반기(527조4244억원) 대비 107조5370억원 증가한 규모다.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1.15%로 2014년 3분기(1.31%) 이후 8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한·미 금리차 확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은 부담


다만 한·미 금리차 확대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은 한은이 금리 동결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한국(3.50%)과 미국(연 5.25∼5.50%)의 기준금리 역전 차가 사상 최대치인 2.00%포인트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연준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미 금리차가 2.25%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여기에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18일부터 16거래일 연속 3조원 이상 순매도를 이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긴 했지만 기준금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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