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분열에 하원의장 선출 또 실패...마비 상황 장기화 되나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3. 10. 19.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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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파 후보 조던 과반 득표 실패…이탈표는 더 늘어
후속 투표 이어질 예정이지만 당선 가능성 적어

미 연방하원 내 공화당의 분열이 계속되면서 하원이 두 번째 투표에서도 후임 하원의장 선출에 실패했다. 공화당 내부의 ‘소수 강경파’의 반발로 지난 3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축출된 이후 이어지고 있는 하원 지도부 공백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원의장 공백으로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러시아 침공을 받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등에 대한 지원안과 내년도 예산안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원은 18일(현지 시각) 본회의를 열어 의장 선출을 위한 2차 투표를 실시했지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의 의장 후보인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이 전날에 이어 이번에도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미국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된 짐 조던 법사위원장. 그는 18일(현지 시각) 2차 표결에서도 과반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AP 연합뉴스

조던 위원장은 199표를 얻어 212표를 획득한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에 뒤졌다. 후보로 나서지 않은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7표,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5표를 각각 얻었다. 전날 1차 투표에서 공화당 의원 20명이 조던 위원장에게 반대표를 던졌는데, 이날은 22명이 반대하면서 그의 당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조던의 두 번째 패배는 주로 타협과 화해를 추구하는 공화당 내 주류 세력이 조던이 이끄는 극보수파에 맞서 힘을 합친 드문 사례”라고 했다. 앞서 지난 1월 매카시가 15번에 걸친 투표 끝에 의장직에 오를 당시부터 불화를 빚었던 ‘프리덤 코커스’ 소속 공화당 소수 강경파가 끝까지 그의 발목을 잡았다면, 이번엔 강경파 후보가 당권을 잡으려고 나오자 당내 온건파들이 그를 저지한 것이다. 조던 위원장은 당내 보수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창립 멤버다. 그는 하원의장 축출 사태 등에서 매카시 의장을 지원했음에도, 당내 온건파 의원들의 완전한 지지를 받는 데는 실패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한 의회 관계자는 “비록 매카시 의장 해임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내에서 강경파 중 강경 세력으로 평가받는 조던을 지지하는 것은 용납하지 못한다는 의원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특히 내년 선거(하원 선거)를 앞두고 경합 지역 소속인 의원들은 더욱 여론을 신경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조던 위원장은 이날 표결 직후 비공개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며,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반대표가 전날보다 더 많이 나오면서 사실상 당선 가능성은 희박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공화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우크라이나 지원안과 2024회계연도 예산안 등 시급한 법안 통과를 위해 패트릭 맥헨리 임시의장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임시의장은 차기 의장 선출에 관련된 권한밖에 행사할 수 없지만 이스라엘 지원 등 시급한 법안이라도 우선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는 것이다.

재러드 골든(메인주)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엑스(옛 트위터) 글에서 “정부 셧다운(위기)이 정확히 30일 앞으로 다가왔으며,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국내적 도전과 국가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공화당이 하원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하원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임시 의장에게 권한을 부여할 좋은 시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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