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입맞추는 여야…민생 앞세워 '동상이몽'?
각론은 이견…與 '쇄신 이미지', 野 '공공의대' 노림수
'간호법 사태' 재현 우려…이해관계 달라진 '의료계'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10월 국정감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 등으로 대립각을 이어가던 여야가 최근 정부의 '의대 증원(정원 확대)' 추진에 이례적으로 입을 맞추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야의 '민생 강조' 이면에 의료계 현안을 통해 각자의 실리를 취하려는 '동상이몽'을 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文정부 실패' 과거에도…"더는 미룰 수 없어"
최근 정부는 현재 3058명의 의대 정원을 1천명 이상 규모로 증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이후 17년째 유지된 의대 정원은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2020년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증원이 논의된 바 있으나 당시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들의 강력 반대로 좌절된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후 3년여 만에 '의대 증원' 문제를 다시 꺼내든 셈이다.
여야는 정부의 증원 조짐에 일제히 찬성 입장을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필요성을 부각했으며 민주당도 같은날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움직임을 환영한다(김성주 정책위 부의장)"고 환영 입장을 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18일)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의대 증원에 동의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합심' 원인으로 '정원 확대로 인한 지역·공공의대 확보 가능성'을 지목하고 있다. 증원을 계기로 여야가 지역구 내 의대를 신설·확충할 경우 총선을 앞두고 '표심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역 내 의대가 없는 민주당 전남 의원들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병철(순천·광양·구례·곡성갑), 김원이(목포) 의원은 이날 각각 국회와 대통령실 앞에서 전남권 의대 신설 촉구 집회를 열고 삭발을 실시하기도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의대 증원과 함께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야가 의대 증원을 통해 각각 '민생 이미지 회복', '문재인 정부 계승'이라는 실리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강서구 보궐선거 패배 이후 여권이 쇄신 이미지를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측면이 있지 않겠느냐"며 "여야가 각론에는 차이가 있는 만큼 정책적 차별성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당은 의대 증원과 함께 '필수·지역별 의료수가(본인부담금+건강보험) 인상'을 우선시하는 반면,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기 추진됐던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일정기간 지역 내 의무 복무)에 실시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숫자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며 증원과 함께 공공의대 설립 등의 병행을 주장했다.
◇변수는 '의료계 반발'…일각 "찬반 정하기 난감"
여야의 협치 전망에도 결국 '의료계의 반발 강도'가 변수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전날(17일) 전국 시도의사회장 등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파업 가능성을 시사했다. 복지부도 당초 오는 19일 구체적인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연기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의대 증원 방침 자체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이 의료계의 동태를 주시하는 데는 지난 5월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보건·의료계가 주도한 '간호법 사태' 재발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당시 의협은 간호조무사협회·물리치료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와 공동투쟁에 나서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영향을 미쳤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와 처우를 현행 의료법 체계와 별도로 규정한 독립법으로, 의협 등은 간호사만의 독립법 신설에 반대한다는 이유에서 투쟁을 벌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간호법 사태 때처럼 의협이 보건·의료계의 집단 반발을 이끌면 문제를 풀기 어려워진다"며 "여야 모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현재 의대 증원 문제를 정부와 의료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점진적으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건·의료계 이해관계가 간호법 사태 당시와 달라 의협의 반대가 힘을 받지 못한다는 전망도 있다. 특히 간호법 통과 문제로 의협과 대립한 대한간호협회의 경우 의대 증원을 통해 간호법의 추진 이유였던 '불법PA(간호사의 수술 보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찬성 의사를 밝혔다.
간호법 사태 당시 의협 편에 섰던 한 보건의료단체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의대 증원 문제는 내부 찬반 입장이 갈리는 상황"이라며 "간호법 때와 달리 공식 입장을 정하기 난감한 처지"라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여당이 의사들의 찬성을 완전히 이끌긴 어렵다. 결국 국민 여론을 의지하는 방법으로 갈 것"이라며 "국민 입장에선 의사 정원 확대가 의료계 경쟁을 부추겨 실익이 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의대 증원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여야 일각에서는 의대 증원에 회의적인 반응도 감지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일방적 증원에 반대한 바 있으며 의사 출신인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정부·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은 오히려 의료 현장에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신 의원은 전날 보건복지부 내 '보건의료인력수급추계지원위원회'를 설치하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복지부와 보건의료계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정확한 의료인력 수요를 계산하자는 취지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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