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국민이 늘 옳다”, 인사도 그렇게 하고 있나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을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 가진 오찬에서 “국민 삶을 세심하게 살피기 위해 더 꼼꼼히 챙기고 당정 정책 소통을 긴밀히 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제대로 살피고 이에 맞춰 국정을 쇄신해 나가겠다는 뜻일 것이다.
국민은 대통령과 여당이 변하는지를 국정 스타일과 인사를 통해 평가한다. 그동안 윤 대통령의 국정 방향은 대체로 옳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을 의식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태도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 국민이 많다. 윤 대통령 스스로 ‘민심이 천심’이라고 한 만큼 이런 부분을 고쳐 나가야 한다.
국민이 대통령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조치는 ‘인사’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영남 중심의 편협한 정당이란 지적을 받아 왔다.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의 중도층과 2030이 등을 돌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데 선거 후 첫 당직 개편에서 총선 공천과 선거 실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에 또 영남 출신이 임명됐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사무총장까지 다시 영남 출신이다. 인사를 왜 했는지, 바뀐 게 뭔지 알 수 없다. “국민이 무조건 옳다”면서 어떻게 이런지 의문이다.
김기현 대표 측은 “4년 전 총선 패배로 수도권 현역 의원이 17명뿐인데 재선 이상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민주화 이후 네 번을 집권한 여당에 수도권 출신 인물이 없어서 영남 사무총장을 기용했다는 것이다. 수도권엔 4선 의원만 4명, 3선은 2명, 재선도 3명 있다. 인물이 없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나. 사무총장을 반드시 현역 의원이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수도권 출신으로 능력과 경험이 풍부한 전직 의원들도 많다.
결국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 편, 우리 편’이 없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당 대변인도 “사무총장은 총선 공천을 관장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정치적 호흡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렇게 수족 같은 사람들만 찾으니 선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영남 출신 의원을 다시 사무총장에 앉히려는 황당한 결정도 한 것이다. 당 쇄신을 책임질 혁신위원장도 며칠째 뽑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내 편’만 찾는 것이다. 대통령이 있는 정당은 다 대통령 편이지, 다른 편이 얼마나 있겠나. 정부 출범 후 사람들을 내쳐서 원한을 키우고, 내 편만 챙기니 이 지경이 온 것이다.
여당만이 아니라 장관 등 정부 부처 인사도 “국민이 다 옳다”는 말과는 괴리가 있다. 근래에 장관급 인사는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인선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역시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제대로 찾지 않은 것이다.
국민은 다 옳지 않다. 틀리는 게 더 많을 수도 있다. 다만, 정치와 선거에선 국민은 다 옳을 수밖에 없다. ‘국민은 언제나 옳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그에 맞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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