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에 꽃도 성가대도 없는데… 교인 30명서 30년 만에 3500명 교회로
부산의 서쪽 끝 강서구 녹산공단으로 가는 길엔 화물차가 가득했다. 주변엔 주택가는 없이 공장만 줄지어 있는 곳. 예수를 믿지 않던 사람들이 해마다 700~800명씩 세례를 받고 주일마다 3500명씩 출석한다는 교회의 입지로 적당해 보이지는 않았다. 공단 한가운데 ‘세계로교회’라는 간판이 붙은 건물이 보였다. 건물 1층에 들어서니 현관 오른쪽에 ‘새가족 만남실(담임목사실)’이 있었다. 담임목사실은 따로 없었다.
세계로교회는 한국 개신교계에서 ‘연구 대상’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힌다. 모든 종교의 신자가 감소하는 현실에서 이 교회는 30년간 ‘전도하는 교회’로 이름났다. 이 교회에는 ‘없는 것’이 많다. 우선 담임목사실, 담임목사 차량 운전기사, 성가대, 예배 때 헌금 순서가 없다. 강대상에 꽃꽂이도 없고 ‘당회실’ 등도 없다. 담임목사는 교회 밖 직분을 맡지 않고, 외부 강연·설교와 교인들의 경조사 때에도 사례비를 받지 않는다.
‘세계로교회에만 있는 것’도 많다. 우선 주일 예배는 세대 통합형, 즉 ‘대가족 예배’로 드린다. 예배 후에는 전 교인이 함께 점심을 먹는다. 이때는 식당과 잔디밭은 물론 예배당의 강단 위까지 모두 자리를 펴고 함께 식사한다. 매년 1000명의 백내장 수술을 지원한다. 다문화 가정의 고향 방문 항공료를 지원하고 대형 가족사진 촬영도 돕는다.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무료 뷔페를 제공한다. 교인이 아이를 낳으면 반지를 선물하고 생일 때마다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손 목사는 “교인들 평균 출산율이 2.0이 넘을 것”이라며 웃었다. 주일에 담임목사와 장로 등은 교회에서 500m 이상 떨어진 곳에 주차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교회 인근 주차장은 새 신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배려한다.
손 목사는 ‘전도의 비결’로 ‘정성’ ‘진심’을 꼽았다. 1993년 고신대 신학대학원을 마친 그가 이 교회에 제15대 담임 전도사로 부임했을 때 교인은 30명 남짓이었다. 1953년 주택에서 예배 드린 이후 40년이 지났지만 40년 동안 교인 수는 늘 20~30명이었다. 그가 첫날 ‘교인 100명을 달라’고 기도하자 교인들이 코웃음을 쳤다. “동네 주민이 300명인데, 그런 얘기하면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3개월 만에 100명, 4개월 만에 120명을 전도했다. “간단했습니다. 매일 아침저녁 어르신들을 찾아갔지요. 아들도 1년에 다섯 번 올까 말까 한데, 동네 전도사가 1주일에 다섯 번 찾아가니 마음이 움직이시더군요.” 동네 어르신을 태워 대중 목욕탕에 모셨고 간호사인 아내는 링거와 독감 예방주사를 놔드렸다. 그는 “전도가 어렵다고 하지만 세상에 ‘나는 죽어도 예수 안 믿을 거야’라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끈질긴 설득이 계속되자 어르신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고 부흥이 시작됐다. 울산, 진주, 대구에서도 찾아왔다.
손 목사는 부임 후 다섯 번 교회를 지었다. 현재는 7000평 대지에 5500석 예배당을 갖췄다. 그동안 변하지 않은 것은 ‘주일 점심 함께 먹기’와 감동 나눔이다. 매주 함께 식사를 하다 보니 손 목사는 어린이까지 거의 전 교인의 이름을 외운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지금까지 세례를 준 1만명에게 기도 제목 등을 적은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300명쯤 답장이 온다. 질문을 하는 교인에게는 일일이 답장을 해준다. 설교는 ‘쉽고 재미있게, 목소리는 크게’ 하려고 애쓴다. 3대(代)가 함께 출석하는 교인들을 위해서다. “예수님 설교가 얼마나 쉬웠나요.” 그는 컴퓨터 없이 휴대폰 메모장에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며 설교 준비를 한다.
교회의 모토는 ‘좋은 이웃! 감동을 주는 사람들!’. 교회 규모가 커지면서 섬김 사역을 늘렸다. 쌀을 나누고 개안 수술을 도왔다. 교회가 좋은 이웃으로서 감동을 주자는 취지였다. 제도의 사각지대를 메우려 노력한다. 손 목사는 “우리 교회는 매년 결산은 하지만 예산을 계획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예산을 세우면 정작 꼭 필요한 섬김 사역을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 헌금 시간을 따로 두지 않지만 작년 결산액은 약 68억원. 그는 “11월쯤 예비 결산을 하면서 좀 남을 것 같으면 구제비로 소진하고 가능하면 경상비는 ‘0′에 맞추고 새 출발하려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엔 가덕도에 비전센터를 세웠다. 고급 이탈리아 음식점도 마련했는데 선교사와 경찰, 군인, 소방관 등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요즘은 다음 세대 양육에도 관심을 쏟는다는 그는 초등학생들의 올바른 역사관 정립에도 애쓰고 있다.
올해는 교회 창립 70주년이자 손 목사의 부임 30년이 되는 해. 그렇지만 ‘전도’와 ‘섬김’ 외에 특별한 계획은 없다. 손 목사는 “지금도 여전히 개척 교회를 한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부산=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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