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수사와 정치는 다르다
수사는 과거를 밝히고 정치는 미래를 밝힌다.
수사가 찾는 범죄의 시점은 과거다. 기수(旣遂)는 완성된 범죄다. 과거의 행위다. 미수(未遂)는 종료하지 못한 범죄다. 이것도 과거의 행위다. 모든 수사는 과거를 뒤진다. 정치가 쫓는 시점은 미래다. 좋은 공약(公約)의 시점은 앞날에 있다. 미래 약속이다. 나쁜 공약(空約)조차도 앞날에 확인될 약속이다. 역시나 미래 약속이다. 대개 정치는 미래를 얘기한다. 수사에 빠지면 과거로 회귀하고, 정치에 빠지면 미래를 남발한다.
수사의 가치는 소신에 있고 정치의 가치는 타협에 있다.
수사의 기본은 독립성이다. 정파·집단으로부터 보호된다. 내부로부터의 독립도 포함된다.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라는 게 있다. 일관된 법 집행이 본래 취지다. 간혹 수사 관여의 근거로 왜곡된다. 그때는 항명(抗命)으로 맞선다. 그게 수사다. 정치의 기본은 소통이다. 모든 정파·집단을 존중해야 한다. 내부 소통도 중요하다. 직언불휘(直言不諱)가 보장돼야 한다. 수사가 타협하면 협잡이 되고, 정치가 고집 피우면 독선이 된다.
수사는 신체를 잡는 것이고 정치는 마음을 얻는 것이다.
수사는 사람을 잡는 것이다. 신체 벌로 단죄한다. 첫 단계가 구속이다. 증거인멸·도주우려를 강조한다. 기소 이후 목표도 구속이다. 실형 선고를 최대 성과로 친다. 정치는 마음을 얻는 것이다. 표로 산출되는 사람의 마음이다. 온갖 선심과 정성으로 사야 한다. 그 결과를 4년, 또는 5년마다 받아 든다. 득표율이다. 1등 했으면 이긴 거고, 2등부턴 진 거다. 수사가 마음을 따지면 편파가 되고 정치가 신체를 속박하면 탄압이 된다.
수사의 힘은 국가가 주지만 정치의 힘은 국민이 준다.
수사는 국가로부터 나온다. 국가가 준 자격증이 수사를 합법화한다. 그 자격이 있어서 추궁할 수 있다. 그 자격 때문에 구금할 수 있다. 그 권한이 통제를 허락한 국민은 ‘범죄 혐의 있는’ 일부다.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이 투표로 권한을 위임한다. 통치권이다. 지역민 선거로 권한을 인정한다. 입법권이다. 그 정치 권한의 대상은 모든 국민이다. 국가가 인정 않은 수사는 폭력이고, 국민이 인정 않는 정치는 독재다.
수사의 결과는 판결이고 정치의 결과는 선거다.
수사를 평가하는 것은 판결이다. 구속영장은 ‘결정’으로 평가된다. 유무죄 확정은 ‘판결’로 평가된다. 결정과 판결에 불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해당 결정과 판결을 바꿀 순 없다. 정치를 평가하는 것은 투표다. 정책의 성과는 ‘국민투표’로 판단한다. 사람의 성적표는 ‘각급 선거’로 판단한다. 투표와 선거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해당 결과를 바꿀 순 없다. 수사는 판결 앞에 겸손해야 하고, 정치는 투표 앞에 고개 숙여야 한다.
수사로 정치하면 불안하고, 정치로 수사하면 부패한다.
수사는 수사 영역에 머물러야 한다. 범죄 혐의만을 추적해야 한다. 죄 없는 다수 국민에 다가가면 안 된다. 수사가 정치화되는 순간이다. 그 순간, 죄 없는 국민이 불안해진다. 정치는 정치 영역에만 머물러야 한다. 정당한 가치만을 추구해야 한다. 죄 있는 일부 국민에까지 간섭하면 안 된다. 정치가 수사화 되는 순간이다. 그 경우 멀쩡했던 국가까지 부패해진다. 수사가 정치 흉내내면 안 되고, 정치가 수사에 끼어들면 안 된다.
수사의 정치화가 문제인가 정치의 수사화가 문제인가.
야당 대표 수사가 1년을 넘어섰다. 무능이다. 영장 기각 책임을 언급 안 한다. 무책임이다. 수사가 정치에 뛰어든 정치 권력화다. 자기 당 대표를 1년째 보호한다. 사법 방해다. 국정 감사가 집단 변론의 장이다. 입법 횡포다. 정치가 수사에 뛰어든 사법 무력화다. ‘윤석열 수사 탓인가, 이재명 정치 탓인가’. 이 양단(兩端)의 어느 쪽을 택하겠나. 어차피 이성 아닌 정파로 정해지지 않겠나. 다 의미 없다. 그냥 열린 결말로 남겨 둔다.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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