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또 정계개편설
선거철만 되면 고개를 드는 정계개편설로 정치권에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윤석열 대통령 중심의 신당 창당설을 올초부터 꾸준히 제기해 온 신평 변호사가 ‘윤석열 신당 창당설’을 최근 언론에서 또다시 언급하면서다.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가 이 같은 발언을 할 때마다 파장도, 그의 발언을 부정하는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불과 6개월 남짓 남겨둔 현 시점에서 잇따르는 정계개편설을 가벼운 낭설로만 치부할 수는 없어보인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 변화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특히 윤 대통령 중심의 신당 창당설이 나오는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이 태생적으로 국민의힘에 몸을 담은 정치인이 아니었고 오히려 검사 시절엔 국민의힘과 대척점에 있었다는 점도 이 같은 신당 창당설에 힘을 싣는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만 해도 중도 지지층의 만만찮은 지지를 받았다. 당시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도,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도 환멸을 느낀 이들이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이유는 거대 양당의 폐습을 떨쳐내고 새로운 정치를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으로 입당하자 중도층에서는 그에 대한 지지 철회가 잇따랐다. 집권 후 양대노총 때리기, 감세·지출 구조조정 중심의 재정정책 등 정통보수층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밀어 부치더니 최근에는 ‘공산 전체주의’ 발언이 나오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극우 지지층으로 편향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쏟아졌다.
그 역효과는 최근 지지율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뉴스토마토 의뢰로 미디어토마토가 14~15일 전국 성인 유권자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정평가는 65.8%로, 긍정평가(29.2%)의 배 이상이었다. 부정 평가는 동일 기관의 직전 조사 대비 4.5% 포인트 올랐다. 중도층의 부정평가가 69.4%라는 점도 눈 여겨봐야 한다.
이처럼 저조한 지지율, 특히 중도층의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높다는 점에서 중도 확장은 필연적인 선택이다. 이에 타고난 체질이 국민의힘이 아니었던 윤 대통령이 애초 정치에 발을 들일 때 구상했던 정당을 새로 꾸려서 외연확장을 시도할 수 있다는 해석이 공공연하게 제기된다.
대표적인 ‘비윤계’ 인사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의 신당 창당 가능성도 나온다. 그가 언론 인터뷰에서 “12월 쯤까지 당 쇄신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당내 비주류인 유 의원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혁신과 변화의 동력을 찾기보다는 당 외부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당이 쇄신한다고 하면서도 ‘김기현 2기’를 고수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이준석 전 대표 등의 신당 합류설도 끊이지 않는다. 더구나 이미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 등이 각각 ‘제 3지대’로서 신당을 이미 띄운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이재명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이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든 비명계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거대 여야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세력으로서 신당을 만들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처럼 신당 창당설이 분출하는 배경은 민생을 외면한 정파 싸움에 지친 무당층이 늘어나면서 민심이 정치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양당이 뼈져리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박스권에 갇혀 있을 때에도 민생 야당으로서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역시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집중 공격하는 데에만 몰두할 뿐, 정책으로 민심을 달래지 못했다는 원죄가 있다.
여야는 늘상 민을 위한 정책을 내겠다며, 청년층의 마음을 사로잡겠다고 구호처럼 외친다. 하지만 정작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민생을 위한 정책이 아닌 정쟁을 지켜본 끝에 생겨난 ‘정치혐오’ 뿐이라는 것을 깊이 새겨야 한다. 국민이 신당 창당설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든 책임도 따지고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있다.
김태경 서울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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