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신조선통신사선으로 세계평화의 길 열자
지금 지구촌에서는 전쟁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습은 새로운 중동전쟁의 불씨가 되었다. 어쩌면 팔레스타인 지역이 또 다른 세계 대전의 전조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전쟁 소식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우리는 전쟁의 아픔과 참상을 역사 속에서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휴전 상태에 놓여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우리는 전쟁이 없는 평화의 시대를 갈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쟁이 있을 때마다 인류 문화사 속에서 평화를 구축했던 시절이나 사건을 소환할 수밖에 없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세계를 향해 내놓을 수 있는, 전쟁을 넘어 평화로 가는 길을 연 시대가 있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조선과 일본 사이에 성신교린의 정신으로 이어졌던 조선통신사의 교류시기이다. 17~19세기 200여 년 동안 조선과 일본과의 진정성 있는 문화교류를 통한 평화구축의 역사가 있었다. 이 시대의 평화 정신을 엿보게 하는 기록물 333점을 한일 간 공동으로 2017년에 ‘UNESCO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해 세계평화를 열어가는 상징물로 승화시켰다. 이는 세계가 인증한 인류가 지향해야 할 평화의 한 모형이란 점에서 그 의미를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UNESCO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이 평화의 정신을 제대로 심화 확산시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우선 한일 관계개선의 차원에서도 그렇고, 전쟁이 끝나지 않고 있는 지구촌 곳곳에 이 평화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일을 국가적 차원에서도 펼쳐내지를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립부산해양박물관에서 신조선통신사의 시대를 열어나갈 현대식 신조선통신사선을 건조할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다. 이는 옛 조선통신사의 평화정신을 정말 지금 이곳에서 미래지향적인 평화 정신으로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기획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목포해양문화연구소가 그동안 고증을 통해 옛 조선통신사선 한 척을 복원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시민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규모나 형편은 못 된다. 또한 목포에 정박되어 있는 조선통신사선을 부산에서 언제나 활용하기에도 문제가 많다. 조선통신사선의 출발지는 부산이었다. 그러므로 부산에서 출발해서 옛 조선통신사선의 항로를 따라 정기적인 문화관광선으로 운행할 수 있는 신조선통신사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새롭게 건조될 조선통신사선은 상당한 인원을 승선시킬 수 있는 규모의 현대식 움직이는 선박박물관을 지향해야 한다. 이 통신사선을 통해 민간인의 교류가 실질적이고도 현실적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새로 건조될 조선통신사선을 통해 한일 간의 다양한 인적 교류가 이루어져, 신조선통신사의 역사를 새롭게 열어나가면 평화의 정신을 실질적으로 실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핵심으로 한 기획 내용을 국립부산해양박물관은 상당한 기간 동안 연구 용역을 통해 신조선통신사선 건조계획을 해양수산부에 이미 제출해 추진하고 있다. 이에 부산문화재단과 부산시도 이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이 계획이 실현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모을 필요가 있다. 국립부산해양박물관이 기획하는 신조선통신사선 건조가 실현된다면 ‘UNESCO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조선통신사의 평화 정신을 새로운 차원으로 열어갈 수 있는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생성이 가능하고, 이는 민간 차원에서 조선통신사 문화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단계의 소통과 평화의 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부산의 해양문화가 또 다른 차원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부산문화재단은 민간 차원에서 조선통신사 기록유산을 ‘UNESCO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한 주관 기관으로서 조선통신사가 지닌 평화의 정신을 지속적으로 심화 확산시켜 나가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기에 신조선통신사선 건조에 대해 국립부산 해양박물관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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