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차’에서 ‘소니 플스’ 즐기는 시대… IT·車 뭉친다
일본 전자 기업 소니와 자동차 업체 혼다는 지난 17일 공동 개발한 전기차 ‘아필라(Afeela)’를 공개했다. 기존 전기차에 비해 ‘인포테인먼트(주행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대폭 강화됐다. 모터와 외관은 혼다가 제작하고, 내부는 소니의 게임·영화·음악 서비스를 대거 탑재했다. 운전석 앞쪽에 5~6개의 화면을 띄울 수 있는 터치 디스플레이로 영화·음악을 감상하고, 소니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도 이용할 수 있다. 소니는 향후 전기차에 가상현실, 증강현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도 접목할 계획이다.
자동차가 하나의 전자 제품이 되는 이른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전자·IT 기업과 자동차 업체들이 합종연횡을 거듭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면 차량 안에서 즐길 거리를 늘리고, 자동차에서 결제·통신 등 모든 일상 활동이 가능하도록 진화하는 것이다. 컨설팅 업체 ISH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SDV 시장은 오는 2030년 830억달러(약 112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스마트폰 고객 잡아라” 전자-자동차 협업
SDV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차량 내 장치를 제어하고 주행 성능과 편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자동차를 뜻한다. 자동차에 통신 기능이 탑재되면서 이전보다 훨씬 쉽게 실시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해지면서 완성차 회사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마치 스마트폰에서 수시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새 기기처럼 쓰는 것처럼 자동차가 ‘달리는 스마트폰’이 되는 것이다.
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는 구글과 협력해 차량 내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미국 퀄컴과 신형 전기차에 들어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반도체도 개발하고 있다. 스웨덴 볼보에서 분사한 전기차 업체 폴스타는 ‘폴스타2′에 아마존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프라임 비디오’를 탑재할 예정이다.
국내에선 현대차가 삼성 계열사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사로 선정됐다. 디스플레이·이미지센서·차량용 AP에 이어 카메라모듈에서도 양사 간 협력을 이어가는 것이다. 쌍용차는 LG유플러스·네이버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음성으로 길을 찾고, 전화를 걸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확보전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용 자체 OS(운영체제) 개발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리고 있다. 기존에는 애플, 구글 등 IT 기업이 개발한 OS를 장착했지만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자사 차량에 최적화된 OS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자체 OS를 갖추면 새 기능·서비스를 기술 누출 없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향후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구글플레이 같은 장터를 만들어, 아이템이나 콘텐츠 구독 등을 제공하면서 자체적으로 추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자체 차량 OS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다. 테슬라는 2019년부터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자동차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능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차량 후방 카메라, 후미등이 고장 날 경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개선하는 방식이다. 테슬라는 차량 고장으로 인한 애프터서비스(AS)의 40%를 소프트웨어 개선으로 해결하고 있다.
도요타, GM 등 글로벌 메이커들은 IT 기업에서 개발자를 영입하거나,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을 늘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인력만 3만명이 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1000여 명 안팎 수준”이라며 “앞으로 한정된 개발 인력을 놓고 전 세계 업체들이 경쟁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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