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작가도 인정한 싱크로율…“진흙탕 17 대 1 격투신 상처 많았죠”
- 무한 재생 능력 지닌 장희수 역
- “어릴 적부터 발레·피겨·수영 배워
- 체대 입시생 설정 큰 부담 못 느껴”
- 커피차 보낸 류승룡 선배에 감동
- “연기 갈수록 재밌어져 너무 행복”
현재 방송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고윤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데뷔 4년 차인 그녀는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에 이어 드라마 ‘로스쿨’ ‘환혼’ 파트2, 영화 ‘헌트’로 활동 영역을 점점 넓히더니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에서 드디어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로 성장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8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간에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2023 아시아콘텐츠어워즈 & 글로벌OTT어워즈’에서 여자 신인상의 영광을 안았다.
강풀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고윤정은 아버지 장주원(류승룡)과 같은 무한 재생능력을 지닌 체대 입시생 장희수 역을 맡았다. 지난달 20일 20부작이 완전히 공개된 ‘무빙’은 역대 디즈니플러스 한국 콘텐츠 중 최고 성적을 기록했으며, 해외에서도 호평이 이어지면서 N차 시청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윤정은 “연락이 없던 분들에게서 ‘무빙’을 잘 보고 있다는 연락을 자주 받아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고윤정이 처음 ‘무빙’을 접한 것은 ‘로스쿨’을 촬영하고 있던 중으로, ‘무빙’에 대한 별다른 사전 지식 없이 오디션을 보게 됐다. 그녀는 “이런 역할로 드라마 오디션 볼 것이라는 말만 들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대본을 받았기 때문에 즉석 리딩이 무척 어려웠다. 다행히 희수와 성격이나 말투가 비슷해서 그런지 너무 낯설지 않게 자연스럽게 리딩이 되더라”며 긴장했던 오디션 당시를 떠올렸다. 오디션을 마치고 나올 때 고윤정은 희수와 자신이 닮았다는 점에서 자신이 캐스팅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졌고, 장희수 역은 그녀에게 돌아갔다. 강 작가는 캐스팅과 함께 직접 사인한 ‘무빙’ 만화책을 고윤정에게 선물했다. 고윤정은 “작가님이 사인한 만화책을 주시면서 ‘너의 말투랑 목소리, 그리고 톤에서 희수를 보고 같이 하기로 결정한 거니까 너무 원작과 본인을 비교하면서 따라 하려고 하거나 싱크로율을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며 자신감 있게 캐릭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말투나 외모뿐만 아니라 털털하고, 이해심이 많으며 자존감이 있는 장희수 캐릭터는 실제 고윤정과 꽤 많이 닮았다.
인물과 싱크로율이 높다고 해도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있었다. 바로 장희수가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기 때문에 몸을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다행히 어려서 발레를 했고, 피겨스케이팅과 수영도 배운 적이 있는 고윤정은 운동을 좋아했다. 그녀는 “학창 시절 체육대회를 하면 계주 대표로 나갈 정도로 잘 달리는 편이어서 체대 입시생이라는 설정이 반가웠다. 그래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 체대 입시학원을 두 달여간 다녔다”며 기록보다는 자세 위주의 수업을 들었던 것이 연기에 큰 도움이 됐음을 전했다.
20부작, 650억 원의 대작인 ‘무빙’을 보면 5화까지는 장희수와 김봉석(이정하)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함께 출연한 김도훈을 비롯한 고등학생 배우들도 거의 신인이었다. 대작의 시작을 맡았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컸을 터다. 하지만 고윤정의 대답은 의외였다. 그녀는 “실은 저도 ‘무빙’이 공개되고 나서야 희수 분량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촬영하는 동안에는 누가 특별히 더 많고 적은지 몰랐다”며 계면쩍게 웃었다. 그만큼 배우들과 호흡이 좋았고, 그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겨 ‘무빙’의 초반 이야기를 탄탄하게 만들어줬다.
‘무빙’에는 멋진 액션 장면이 많이 등장하지만 초반부에 가장 인상적인 액션은 역시 고윤정이 진흙탕에서 17 대 1로 싸우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이 장면은 장희수가 무한 재생능력을 지닌 초능력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고윤정은 “원작에는 비가 오는 설정이었는데, 날씨가 맞지 않고 성차가 도드라지게 보이지 않아서 진흙탕 싸움으로 바뀐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막상 촬영 때 바람이 계속 불어서 조금만 쉬어도 몸에 바른 흙이 마르면서 허옇게 되더라. 그래서 몸에 물을 뿌리기를 반복하면서 촬영했다. 당시가 10월이었는데, 저를 포함한 보조 출연자분들까지 감기에 걸리고, 고운 진흙이 아닌 운동장 흙이라 몸에 상처가 계속 생겼었다”고 악전고투하며 찍었던 당시를 회상했다.
또 초능력 장면의 경우는 “다른 초능력자와 달리 재생능력을 지닌 인물이라 와이어나 특수 장치 없이 계속 맨몸으로 뛰어드는 장면이 많았다. 그리고 고통도 어느 정도 느끼는 인물이라서 일반인과 초능력자 중간의 고통을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연예계에서 딸바보로 널리 알려진 류승룡과 부녀 케미를 자랑했는데, 고윤정은 “딸바보의 아이콘이니까 민폐 안 끼치게 사랑스러운 딸이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또 “류승룡 선배님이 ‘무빙’ 촬영에 들어간 지 2주밖에 안 됐을 때 촬영장으로 커피차를 보내주셨다. ‘딸 희수야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라’라는 문구와 함께. 진짜 따뜻하신 분이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는 에피소드도 함께 전했다.
‘무빙’에서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연기력으로도 호평을 받은 고윤정은 내년에 방송될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산부인과 1년 차 전공의로 찾아올 예정이다. “연기가 더 재미있어졌다. 빨리 현장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고, 그래서 요즘 너무 행복하다”는 그녀의 변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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