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06] 다섯 가지 난제(五難)
지기(知幾)란 미리 일의 조짐을 알아낸다는 말이다. 이를 잘하는 사람을 옛날에는 현자(賢者)라고 했다. 춘추시대에 지기(知幾)를 잘하는 사람으로 진(晉)나라 숙향(叔向)이 있었다. 사마천 ‘사기’ 초세가(楚世家)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한번은 어떤 사람이 초나라의 혼미한 후계 구도를 언급하며 진나라에 머물다 귀국한 초나라 왕자 자비(子比)가 왕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이에 숙향이 말했다.
“나라를 차지하고 소유하는 데는 다섯 가지 난제[五難]가 있습니다. 총애하는 사람만 있고 뛰어난 사람이 없는 것[有寵無人]이 첫째요, 뛰어난 사람은 있지만 안에서 가까운 사람이 없는 것[有人無主]이 둘째요, 안에서 가까운 사람은 있지만 모책을 내는 사람이 없는 것[有主無謀]이 셋째요, 모책을 내는 사람은 있지만 따르는 백성이 없는 것[有謀無民]이 넷째요. 따르는 백성은 있지만 덕이 없는 것[有民無德]입니다.”
이어서 이 다섯 가지 난제를 척도로 삼아 자비를 진단한다.
“자비는 진나라에 13년이나 있었는데 주변에 통달한 인물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으니 주위에 뛰어난 사람이 없습니다. 친족을 배반했으니 안에서 가까운 사람이 없습니다. 때에 맞지도 않게 난을 일으키려 하니 모책을 내는 사람이 없습니다. 평생을 나라 밖에서 살았으니 따르는 백성이 있을 수 없습니다. 오랫동안 외국 생활을 했는데 어느 누구도 그의 자취를 안타까워하지 않으니 덕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섯 가지가 이러한데 그가 어떻게 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겠습니까?”
이 다섯 가지로 지난 1년 반 이 정권 정치를 점검해 보면 유총무인(有寵無人) 유주무모(有主無謀) 무민무덕(無民無德)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바로 여기에 해결책이 있다. 좋은 사람 쓰고 깊이 고민하고 백성들을 잘 챙기고 겸손하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경제사회연구원 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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