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세게 조용히… 드라이어의 진화
영국 가전제품 회사 다이슨은 최근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면서 직모로 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헤어드라이어 ‘에어스트레이트 스트레이트너’를 출시했다. 보통은 헤어드라이어로 머리카락을 말린 뒤 열판을 이용한 고데기로 펴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 제품은 바람을 이용해 젖은 머리를 말리면서 스타일링까지 가능하게 했다. 다이슨 측은 “약 5년에 걸쳐 개발한 신기술을 제품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드라이어 시장이 한층 진화하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한 가정에 5만원 안팎의 헤어드라이어 제품을 두고 쓰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점차 많은 기능이 추가되면서 고급화되는 것이다. 일반 제품의 5~10배에 달하는 가격에도 매일 쓰는 제품인 만큼 ‘나를 위한 가치 있는 소비를 하겠다’는 젊은 세대 특성과 맞물려 인기를 끌고 있다. 머리카락에서 나아가 보디 드라이어, 펫 드라이어 등 제품군도 확대되고 있다.
◇무게와 풍량, 소음 잡아라
다이슨은 헤어드라이어의 핵심인 무게와 풍량, 그리고 소음을 잡았다는 점을 내세워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했다. 날개 없는 선풍기에 쓴 기술을 적용하고 모터 회전속도를 최대 8배까지 끌어올리면서 소음은 낮춘 ‘슈퍼소닉’을 지난 2016년 출시했다. 가격이 54만9000원에 달해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초기 전망이 나왔지만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시장의 기준을 바꿔놨다. 지난 2018년 출시한 ‘에어랩 멀티 스타일러’는 일반 제품의 10배가 넘는 74만9000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미용실 최대의 적은 다이슨’이라는 말까지 낳았다. 직장인 이모(33)씨는 “고온인데도 뜨겁지 않고 풍량이 강해 긴 머리를 빠르게 말려줘 출근 시간을 10분은 단축해 준다”며 “해외 출장을 갈 때도 빼먹지 않고 꼭 챙겨 간다”고 했다.
국내 업체들도 앞다퉈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고 있다. 국내 대표 헤어 기기 전문 브랜드 유닉스가 지난해 내놓은 37만9000원 상당의 ‘에어샷 듀얼모션’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모양의 노즐을 갈아 끼워가며 일반 드라이어로 웨이브와 볼륨을 넣을 수 있는 스타일러로도 쓸 수 있다. 유닉스 관계자는 “정전기를 줄이는 ‘플라스마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라며 “조금 비싸더라도 성능이 좋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회사도 적극적으로 고급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쿠홈시스는 299g 초경량을 강조한 제품 ‘제트블로우S’를 선보였다. 풍량을 늘리기 위해 BLDC 모터를 탑재했다. 쿠쿠 관계자는 “출시 1년간 월평균 판매 성장률 84%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JMW는 LED 두피 케어 모드까지 탑재한 ‘루미에어’를 내놨다.
◇몸도, 강아지도 말리자
드라이어의 개념을 확장한 제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집들이 선물로 인기를 끄는 보디 드라이어가 대표적이다. 샤워 후 수건으로 간단하게 물을 닦아내고 올라서기만 하면 몸에 남아있는 물기를 말려주는 제품이다. 국내 브랜드 ‘섬세이’에서 나온 40만원 안팎의 제품 ‘에어샤워’를 비롯해 파세코, 샤오미 등도 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반려동물이 늘면서 강아지와 고양이 전용 드라이룸도 나왔다. 목욕시킨 뒤 드라이룸에 넣으면 입체 바람으로 빠르고 간편하게 건조해 주는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드라이어에 돈을 쓰는 고객이 늘자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으로 시장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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