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끄떡없던 명품 소비 급감… LVMH 주가 추락

김지섭 기자 2023. 10.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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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들어 美·中서 매출 크게 줄어… 한국에서도 감소세

불황에도 끄떡없던 명품(럭셔리) 산업이 최근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 주요 명품 업체의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고, 미국·중국 등에서 명품 소비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이후 급등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던 명품주 가격은 최근 한두 달 사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루이비통·디올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를 유럽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가 되게 하고, LVMH 창업자를 세계 최고 부호로 만들어준 부유한 쇼핑객들이 최근 (구매에)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김성규

◇실적 부진에 흔들리는 명품주

전 세계 명품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인 LVMH는 최근 다소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올 3분기 지난해보다 9% 늘어난 199억6400만유로(약 29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각각 17%였던 지난 1·2분기 증가율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이에 대해 팬데믹 이후의 ‘보복 소비’로 2021~2022년 매출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의 결과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연착륙’보다는 ‘경착륙’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LVMH의 1·2분기 평균 매출 증가율(28.2%)은 3분기(27.4%)보다 높았지만, 올해 1·2분기에도 10%대 후반의 비교적 준수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다 3분기 들어 순식간에 시장 분위기가 냉랭해진 것이다. 시장 분석 회사인 데이터트렉의 니콜라스 코라스 공동 창업자는 최근 투자 노트에서 “LVMH의 성장세가 극적으로 둔화한 것은 글로벌 럭셔리 시장의 버블(거품)이 끝에 다다랐다는 의미로 들린다”고 말했다.

명품주에 대한 부정적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관련 주가는 최근 급락세다. 지난 4월 900유로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LVMH 주가는 17일 668.4유로까지 떨어졌다. 6개월여 만에 25%가량 하락했다. LVMH 주가 하락으로 이 기업 최대 주주인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최근 세계 부호 2위 자리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닷컴 창업자에게 내줬다. LVMH뿐 아니라 다른 명품주들 역시 약세다. 전 세계 명품 생산 및 유통을 대표하는 80기업으로 구성된 ‘S&P 글로벌 명품 지수’는 지난 7월 연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다.

그래픽=김성규

◇미·중 명품 매출 급감, 투자 적신호?

명품 기업 성장세가 하반기 들어 크게 둔화한 것은 유럽을 제외하고 양대 소비 시장으로 볼 수 있는 미국과 중국에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 명품 소비 비율 1위인 미국에서 부진이 심각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미국 내 명품 패션 관련 카드 결제액은 지난해보다 각각 11%, 13%, 16% 감소했다. 카드 결제액이 분기별 평균 34% 증가했던 2021년과 대조적이다.

명품계 ‘큰손’으로 통하는 중국에서도 뜨뜻미지근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장자크 귀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중추절과 국경절이 있는 이번 달 ‘8일 간의 황금연휴’ 기간 중국 매출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명품 소비자 평균 나이는 28세로 매우 젊은 편인데 청년 실업률 급등이 매출 감소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인당 명품 소비액 1위 국가인 한국에서도 최근 명품 매출이 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에서 명품 브랜드가 포함된 ‘해외 유명 브랜드’의 지난 8월 매출은 전년 대비 7.6%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명품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1~2년 사이 ‘거품 논란’이 나올 정도로 급등했던 명품주가 올해 7~8월을 정점으로 추세적 하락기에 접어든 만큼 당분간 반등 흐름을 보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까르띠에, 몽블랑 등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트그룹 요한 뤼퍼르트 회장은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회사 연례 회의에서 “지난 10년간의 (명품) 호황은 끝났다”며 “앞으로 1~2년 내 매출이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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