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전세사기 여파 올 순손실 3.4조 전망… 모라토리엄 우려”
악성임대인 12월부터 명단 공개
“구상권 청구 실효성 높여야” 지적
집주인이 떼먹은 세입자 전세보증금이 급증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무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HUG의 올해 순손실이 당초 예상치의 2배를 웃도는 3조4000억 원 수준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HUG가 전세보증보험 등 개인보증 업무뿐만 아니라 건설사나 시행사 등 주택사업자를 위한 분양보증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등 기업보증 업무도 맡고 있다. 악성 임대인의 전세사기 여파가 향후 주택 공급 등 부동산 시장 전반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HUG의 보증 여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전세사기가 급증하는 만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땜질 대책보다는 보증 체계 문제를 손보고, 악성 임대인 제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 반기결산 결과 요약’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HUG의 순손실은 1조328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47억 원) 대비 7배 이상 늘었다. HUG는 올해 5월 작성한 ‘2023∼202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계획 전망치’에서 올해 당기순손실을 1조7558억 원으로 예상했는데,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반년 만에 1년 예상치에 이미 근접한 것이다.
HUG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HUG 노조는 “현 추세대로 보증 이행이 급증하면 올해 당기순손실이 공사 예상액(1조7000억 원)의 두 배(3조4000억 원)를 넘길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초유의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HUG의 재무가 악화되면서 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기순손실은 자본금 감소로 이어지고, 자본금이 줄면 HUG가 주택시장에 제공하는 각종 개인과 기업 보증 한도도 축소되거나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주택도시기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HUG의 보증 한도를 자기자본의 60배에서 70배로 늘렸다. HUG 자본금도 올해 말까지 3800억 원을 수혈하고, 내년까지 7000억 원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HUG 보증 한도를 70배에서 90배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HUG 전세보증금 보증 한도를 2027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HUG의 자기자본 90배까지 확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도시기금법 일부법률개정안을 이달 대표 발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위변제 금액이 급증하면 내년 3월 보증보험 업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HUG의 보증 한도를 무턱대고 늘리기보다는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세보증보험 상품의 보증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증 대상은 확대하되, 집값 대비 보증 한도를 낮춰 운영해야 한다는 것.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는 집값의 90%까지 전세보증금을 보증해 주는데, 이 비율을 더 낮춰야 한다”며 “가입 요건을 완화해 더 많은 세입자가 보증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되, 보증 비율은 더 낮춰 HUG 재정이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악성 임대인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사기가 잇따르자 정부는 악성 임대인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관련 법이 국회에 발의된 지 2년이 넘은 올해 12월부터 뒤늦게 시행된다. 개정안은 2021년 9월 국회에 발의됐고, 공개 방안은 지난해 정부 전세사기 방지대책에도 포함됐지만 여야 갈등, 국회 파행 등으로 계류되다 전세사기 사건이 전국적으로 문제가 된 뒤인 올해 2월에야 통과됐다. 이번에 공개되는 정보는 임대인의 이름·나이, 임대한 집의 주소, 돌려주지 않은 보증금 액수, 돌려주지 않은 기간 등이다. HUG는 요건에 해당되는 임대인에 대해 소명 절차를 우선 진행하고, 위원회 심의·의결 뒤 명단을 공개한다. 명단이 공개되면 국토교통부와 HUG 홈페이지, 안심전세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악성 임대인 명단이 공개돼도 이미 HUG가 갚아준 돈을 돌려받기는 힘든 만큼, HUG의 구상권 청구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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