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시위대, 美대사관 인근 불 질러… 이란선 “佛-英에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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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 시간) 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거점 도시 가자시티 병원이 공습을 받아 수백 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지자 이스라엘 서안지구를 비롯해 주변 아랍국인 레바논, 요르단, 리비아, 이란, 이라크 등에서 대규모 반(反)이스라엘 또는 반미 규탄 시위가 벌어졌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는 17일 하마스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이스라엘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며 요르단 정부에 이스라엘과의 평화조약을 파기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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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폭격’에 중동지역 긴장 고조
17일(현지 시간) 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거점 도시 가자시티 병원이 공습을 받아 수백 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지자 이스라엘 서안지구를 비롯해 주변 아랍국인 레바논, 요르단, 리비아, 이란, 이라크 등에서 대규모 반(反)이스라엘 또는 반미 규탄 시위가 벌어졌다. 이스라엘에 유화적인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에 대한 규탄으로까지 번지며 중동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18일을 ‘분노의 날’로 규정하고 고강도 시위를 촉구하며 이스라엘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카타르 관영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17일 PA 행정중심지 라말라와 나블루스, 투바스, 제닌같이 PA가 통치하는 서안지구 곳곳에서 시위대와 PA 보안군이 충돌했다. 시위대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협력해 왔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비판한 아바스 수반을 겨냥해 “(팔레스타인) 국민은 대통령의 몰락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보안군은 돌을 던지는 시위대에 맞서 최루탄 등을 발사하며 충돌했다.
같은 날 레바논에선 시위대 수백 명이 수도 베이루트 외곽 아우카르에 있는 미국대사관 근처에서 반미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같은 구호를 외치며 대사관을 향해 돌을 던지고 인근 건물에 불을 질렀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18일 오전 레바논에 대한 여행경보를 발령하고 레바논에 있는 미 정부 인사 가족들의 출국을 승인했다. 베이루트 프랑스대사관에도 헤즈볼라 깃발을 앞세운 수백 명이 모여 정문을 향해 돌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는 17일 하마스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이스라엘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며 요르단 정부에 이스라엘과의 평화조약을 파기하라고 요구했다. 미 CNN에 따르면 요르단 인구의 약 50%가 팔레스타인인이거나 팔레스타인계 혈통이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18일 오전 영국과 프랑스 대사관 밖에 시위대가 운집해 프랑스대사관 건물에 달걀을 던지며 “프랑스와 영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헤즈볼라는 17일 “내일(18일)은 범죄자를 은폐하고 보호하기 위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을 방문하는 바이든의 여정으로 인해 전례 없는 분노의 날이 될 것”이라면서 “거리와 광장으로 즉시 가서 격렬한 분노를 표출하라”고 촉구했다.
헤즈볼라가 아직 전면적으로 중동전쟁에 참전한 것은 아니지만 레바논 국경 인근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은 격해지고 있다. 미 정치 전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이날 미 정부 당국자 3명과 이스라엘 당국자 1명을 인용해 헤즈볼라가 중동전쟁에 전면적으로 참전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미 병력을 투입하는 시나리오를 최근 며칠 동안 여러 백악관 회의에서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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