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가 말하는 '클린스만, 벤투, 이기제, 왼쪽 풀백'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수비수 김진수(31)의 태극 마크 경력은 어느덧 10년을 넘었다. 그가 대표팀을 거치며 포지션 경쟁을 한 선수들만 해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독 이 자리에서만 세대교체가 더뎌지고 있다. 2000년대생 선수들까지 대표팀 주전 경쟁을 펼치는 다른 포지션들에 비해, 왼쪽 풀백으로 선발되는 선수들의 나이는 아직도 1990년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해당 포지션 당사자인 김진수가 생각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김진수는 18일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A 미디어 데이'에서 현재 국가대표팀 왼쪽 풀백 자리에 대해 언급했다. 김진수는 "저도 대표팀에 들어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여러 감독님을 경험해 봤을 때, 슈틸리케 감독님과 클린스만 감독님은 풀백의 밸런스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반면 벤투 감독님은 공격적인 풀백을 원하셨다"고 비교했다.
우선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이 포지션 선수들에게 요구했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 설명했다. 김진수는 "벤투 감독님 시절에는 오른쪽 풀백들이 공격에 가담해 크로스를 올리면 저도 같이 박스 안으로 들어가 헤딩 경합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돌아봤다.
공격 시엔 왼쪽, 오른쪽 풀백 가릴 것 없이 모두 공격에 가담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른쪽에서 (김)태환이 형이 크로스를 올리면 저도 박스 안으로 들어가고, 대신 풀백들이 올라가서 빈 자리엔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이 밑으로 내려가 수비진을 지키라고 지시하셨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이 요구하는 풀백의 플레이 스타일은 벤투 감독과는 다르다.
김진수는 "클린스만 감독님은 각각의 상황마다 포지션을 잘 지키는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며 "오른쪽 풀백이 공격을 할 땐 왼쪽 풀백은 공격에 같이 올라가지 말고 자리를 지키라고 요구하시는 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건 감독님들의 스타일 차이다. 물론 장단점이 있지만, 지금 감독님이 원하시는 플레이를 당연히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김진수와 더불어 현재 대표팀 왼쪽 아래를 책임지고 있는 선수는 이기제(32·수원 삼성).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두 선수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극과 극'이다. 우선 김진수는 왕성한 활동량으로 왼쪽 사이드뿐만 아니라 중앙으로도 적극 침투해 공격을 돕는다.
반면 이기제는 뛰어난 킥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주로 왼쪽 사이드에서 움직이고, 공이 왔을 땐 정확한 킥으로 공격진에게 공을 배달하는 것이 장점인 선수다.
김진수는 "기제 형 같은 경우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올라가는 것보다는 뒤에서 기다리고, 킥을 올려주는 스타일"이라며 "반대로 저는 뒷공간도 노리면서 이곳저곳 뛰어다니는 걸 좋아한다"고 비교했다.
그렇다면 '극과 극' 성향의 두 풀백 모두 밸런스를 선호하는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에 어울리는 선수일까.
이 같은 질문에 김진수는 "저와 기제 형의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평소에 감독님이 훈련할 때 크로스를 많이 올리라고 주문을 하시다 보니까, (둘 다) 감독님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는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또 "어쨌든 선택은 감독님이 하시는 거니까, 원하시는 스타일대로 선택하실 것"이라고 첨언했다.
유독 이 포지션에선 어린 선수들의 콜업이 더딘 편이다.
실제 이번 10월 A매치 대표팀 명단만 봐도, 각 포지션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 선수들이 1명씩은 포함됐다. 그러나 아직도 왼쪽 풀백 자리엔 1990년대 초반생인 김진수와 이기제가 불리고 있다.
이에 대해선 "대표팀에 처음 들어왔을 당시엔 같은 포지션에 (윤)석영이 형, (박)주호 형, (김)민우 형 등 많은 선수들이 같이 뛰었다"며 "제가 생각할 때는 이 포지션에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감독님들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왼쪽 사이드 포지션엔 (이)기제 형과 제가 있는데, 둘 다 나이가 30살이 넘었기 때문에 어린 후배들이 대표팀으로 올라와야 하는 건 맞다"고 의사를 밝혔다.
김진수는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축구 팬들의 비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부임 이후 원격 근무, 잦은 해외 출장 등 갖가지 논란을 자초했다. 이에 축구 팬들은 지난 13일 튀니지와 A매치 경기에서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야유를 쏟아내기도 했다.
김진수는 "저 역시도 감독님의 시작이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현재 어쨌든 3연승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많은 선수들이 감독님을 기다려 줬으면 좋겠다고 인터뷰했던 걸 알고 있다. 저도 월드컵 예선 치르고 하면 지금보다도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표팀 멤버가 많이 좋아졌다. 어린 후배들이 올라오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며 "그 친구들이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팬 분들도 경기장을 많이 찾아주신다. 뿌듯하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대표팀 고참 선수로서도 "당연히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경기를 뛰든 안 뛰든 제가 해야 하는 역할을 이제 알고 있다"며 성숙하게 답변했다.
용산=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woosubwaysandwiche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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