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왕조의 주역, 가을야구의 영웅인데…공룡들 핫코너에 269홈런타자가 없다니 ‘아, 세월이여’[WC]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 세월이여.
예상은 했지만, 현실이 되니 어딘가 허전한 게 사실이다. NC 다이노스의 와일드카드결정전 엔트리에 최고참 박석민(38)의 자리는 없었다. 박석민은 올 시즌 30경기서 88타수 17안타 타율 0.193 1홈런 8타점 9득점 장타율 0.239 출루율 0.321 OPS 0.560.
2020년 NC의 창단 첫 통합우승 당시 123경기서 타율 0.306 14홈런 63타점 58득점 OPS 0.902였다. 삼성왕조의 주인공으로서 우승의 맛을 아는 타자답게, NC가 꽃길로 걸어가는데 제 몫을 해냈다. 2011~2014년 통합 4연패 이후 주축멤버로 맞이한 5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사실 삼성 라이온즈의 2005년 통합우승 때도 1군에서 52경기를 뛰었으니, 한국시리즈 우승만 6차례 기여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 박석민은 2021년부터 급격히 추락했다. KBO리그를 뒤흔든 코로나 술판 멤버의 핵심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구단 및 KBO 징계를 받았고, 잔부상과 부진이 한꺼번에 찾아오면서 더 이상 예년의 모습을 못 보여줬다.
2021시즌 59경기서 타율 0.257 10홈런 41타점은 양반이었다. 2022년에는 16경기서 타율 0.149 2타점 3득점으로 부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강인권 감독은 그래도 개막 주전 3루수로 박석민을 일찌감치 내정하고 기를 살려줬다.
고참의 기를 살려줘야 팀이 잘 돌아간다는 걸 아는 강인권 감독의 지혜였지만, 한편으로 박석민이 진짜로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연봉 93%가 삭감됐지만, 박석민에겐 돈보다 명예회복이 우선이었다.
최근 두 번의 오프시즌에 나성범(KIA 타이거즈)과 양의지(두산 베어스)가 잇따라 빠져나가면서 실제로 팀에 장타력이 뚝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그 몫을 박석민이 어느 정도 메워주길 기대했다. 박석민도 필리핀 개인훈련을 통해 살을 쏙 빼는 등 그 어느 시즌보다 부활 의지를 드높였다. 미국 애리조나 투손 스프링캠프에 방문한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도 정중하게 고사하고 훈련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되자 또 엇박자가 났다. 특히 4월19일 잠실 LG 트윈스전서 주루하다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또 부상 악령이 시작됐다. 6월에 복귀했으나 이후, 목, 발가락 등에 부상이 겹치면서 반등하지 못했다. 7월25일 KIA전 이후 1군 출전 기록도, 퓨처스리그 실전도 없었다.
이제 NC의 핫코너 담당자는 서호철이다. 올해 완전히 주전 3루수로 자리잡았다. 타격재능은 확실하다. 홈플레이트에 바싹 붙어 타격하는,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이 있다. 박석민이 통산 269홈런타자라고 해도, 이젠 서호철은 쉽게 넘기 힘든 존재다.
박석민은 와일드카드 통산타율 0.250 1홈런 2타점, 준플레이오프 통산 타율 0.471 4타점, 플레이오프 통산타율 0.262 2홈런 9타점, 한국시리즈 통산타율 0.213 4홈런 17타점이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프에 괜찮았다. 이 경험을 눈 앞의 와일드카드결정전에 녹여내지 못하게 됐다. 세월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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