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알쓸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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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고사리를 즐겨 먹는다.
살짝 데친 고사리와 나물에 참기름을 넣고 밥과 쓱쓱 비벼 먹으면 꿀맛 나는 비빔밥이 되고, 뜨거운 불판 위에 삼겹살과 고사리를 함께 구워 먹으면 고소한 것이 그야말로 최고의 궁합이다.
그러던 중 고사리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고사리는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는 동물이나 곤충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를 만드는데 바로 '독(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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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고사리를 즐겨 먹는다. 살짝 데친 고사리와 나물에 참기름을 넣고 밥과 쓱쓱 비벼 먹으면 꿀맛 나는 비빔밥이 되고, 뜨거운 불판 위에 삼겹살과 고사리를 함께 구워 먹으면 고소한 것이 그야말로 최고의 궁합이다. 심지어 오래 구우면 바삭해지는데 수준급 레스토랑의 디저트 못지않은 식감(食感)을 자랑한다.
필자는 평소 자연을 주제로 한 기사나 책을 즐겨본다. 그러던 중 고사리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고사리는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는 동물이나 곤충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를 만드는데 바로 ‘독(毒)’이다. 우리가 평소 즐겨 먹는 나물 중 쓴맛이 느껴지는 것이 유난히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고사리 입장에서는 무척 억울할 것이다. 필자처럼 자신을 즐겨 먹는 인간이나 동물들이 얼마나 야속하고 얄밉겠는가? 겨우내 기다렸다가 햇빛을 받아 하루하루 힘들게 자라고 있는데 갑자기 먹히다니 말이다. 장사로 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성장에 에너지를 쓰기도 아까운 시간에 독을 만든다. 하지만 똑똑한 인간은 고온으로 조리하면 독 성분이 분해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데치고, 삶고 심지어 필자처럼 구워 먹는다. 고사리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다행히도 소 같은 동물이나 몇몇 곤충은 그 독성과 쓴맛 때문에 고사리를 피한다고 하니 그나마 안심이다.
생존을 위한 노력에는 동물도 질 수 없다. 펭귄 중 몸집이 가장 큰 황제펭귄은 매서운 바람이 부는 남극에서 살아남기 위해 ‘허들링(huddling)’을 한다. 허들링은 펭귄들이 한자리에 동그랗게 모여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추위를 견디는 방법이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맨 가장자리에 서 있던 펭귄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리의 가장 따뜻한 곳으로 이동해 안쪽의 펭귄과 자리를 교대하는데, 이런 움직임이 반복되면서 펭귄 무리 전체가 생존할 온도가 확보된다고 한다. 영하 수십도의 매서운 날씨에도 허들링 안쪽 온도는 영상 37도에 달한다고 하니 믿겨지는가? 놀라울 따름이다. 서로 협력하는 힘이 이렇게 크고 위대하다.
자연을 둘러보면 우리 삶뿐 아니라 특히 비즈니스와도 닮은 점이 많다. 그래서 헤르만 헤세는 소설 <데미안>에서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고 표현하지 않았던가? 독을 만들라고 시킨 적이 없고, 협력하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자연은 스스로 깨닫고 본능적으로 진화해 움직인다. 그들의 지혜와 생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찬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며칠 전 담벼락에서 우연히 마주친 거미가 생각난다. 벌써부터 작은 거미와 거미줄에는 어떤 생존의 철학과 사연이 숨어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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