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저는 UCL 결승에 뛰고도, 대표팀에 가지 못한 유일한 영국인입니다

최용재 기자 2023. 10. 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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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는 '꿈의 무대'다. 축구의 대륙 유럽 최고의 대회.

이 대회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유럽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UCL 결승에 출전한다는 건. 그것도 선발로 UCL 결승에 뛴다는 것은 선택된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이다. UCL 결승 선발로 초대됐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그 선수의 가치와 경쟁력은 높아진다. 

그런데 UCL 결승에 뛰고도,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다며 억울해하는 이가 있다. 주인공은 저메인 페넌트다. 그가 억울해하는 이유는 UCL 결승에 선발로 출전해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잉글랜드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스널, 리버풀, 버밍엄 시티, 스토크 시티, 위건 등에서 뛴 윙어. 페넌트가 스스로 생각하는 전성기는 리버풀 시절이다. 그리고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UCL 결승 선발로 나섰다.

2006-07시즌이었다. 리버풀은 AC밀란과 결승에서 격돌했고, 치열한 접전 끝에 AC밀란이 2-1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AC밀란의 카카가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시절이었다. 리버풀은 아쉬운 준우승. 그렇지만 페넌트는 결승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페넌트는 내심 기대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 처음으로 승선할 수 있을 것으로. 더불어 라파엘 베니테즈 리버풀 감독이 공개적으로 페넌트가 대표팀에 갈 수 있는 경쟁력을 지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그런데 당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었던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은 끝내 페넌트의 손을 잡지 않았다. 페넌트는 마지막 기회를 잃었고, 결국 잉글랜드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한 채 축구 선수 생활을 마무리 지었다. 잉글랜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건 U-21 대표팀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때문에 그는 스스로를 'UCL 결승에 뛰고도 대표팀에 가지 못한 유일한 영국인'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축구 인생을 돌아봤을 때 가장 아쉽고, 실망스러운 부분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고 결론을 내렸다.

"나는 UCL 결승에 선발로 출전했지만, 잉글랜드 국가대표가 되지 못했다. 나는 UCL 결승을 매우 잘 치렀고, 대표팀에 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국가대표는 나의 꿈이었다. 대표팀에 가보지 못한 것은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시대의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시대와 사회 탓으로 돌렸다. 즉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반드시 대표팀에 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만약 오늘날 내가 선수로 뛰고 있다면 분명히 조국을 위해서 뛰었을 것이다. 상황이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 잉글랜드 대표팀을 보면 국가대표의 자격을 아주 자유롭게 나눠주는 것 같다. 나는 잘못된 시대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경기력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대표의 자격에 대한 문제가 아니었을까. 조국을 대표해, 본보기가 돼야 하는 국가대표의 자격. 페넌트는 경기 외적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킨 선수였다. 음주 운전으로 두 번이나 저지른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 것에 분명 영향을 미쳤을 부분이다.

"축구를 정말 신나게 했지만, 경기장 밖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있었다.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나 자신을 비난할 수밖에 없었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저메인 페넌트.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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