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훈상]국정 운영 책임지는 여당의 ‘도로 영남당’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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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이 바라는 쇄신? 툭 까놓고 나를 공천해 달라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이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여당에서 벌어진 흐름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여당 의원들은 "중도층이 우리를 버렸다", "쇄신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고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당 의원이 쇄신 의지가 퇴색돼도 좋으니 대통령실 눈치를 보며 '툭 까놓고 나만 공천해 달라'는 모습이 쩨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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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이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여당에서 벌어진 흐름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그런 잣대로 보니 일주일 사이 풍선 바람 빠지듯 사라진 여당의 쇄신 의지가 더 큰 리스크로 돌아오겠구나 싶다.
17.15%포인트 격차로 완패한 다음 날 여당은 벼랑 끝 위기가 닥친 듯 목소리를 냈다. 여당 의원들은 “중도층이 우리를 버렸다”, “쇄신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고 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당시 강서갑, 을, 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과 국민의힘 후보들 간 득표율 격차(17.88%포인트)와 비슷한 결과에 수도권 참패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허언증으로 취급했던 ‘수도권 위기론’과 마주하자 내년 4월 총선을 이끌 김기현 체제의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며 사과도 없었고 자신이 책임지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13일 참패 이틀 만에 윤석열 대통령의 첫 보궐선거 패배 관련 메시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답이 아니다”며 용산의 의중도 전했다.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 무공천한다는 원칙을 깬 김기현 지도부도 분명 문제지만,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인 김태우 후보를 사면한 윤 대통령의 결정에 대한 대통령실의 언급은 없었다. 여권 관계자는 “황제가 자신이 만든 전투에서 패배한 검투사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살려주겠다는 제스처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대통령실 ‘가이드라인’이 나오자 참패 사흘 만인 14일 첫 수습책이 나왔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 이철규 사무총장을 비롯한 임명직 당직자 8명 전원이 토요일 아침 사퇴했다. 김 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은 그대로 남았다. 다음 날 일요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 의원 111명 중 90여 명이 모여 4시간 반가량 비공개 논의를 벌였지만 대통령실 지침을 벗어나지 않았다. 30여 명이 발언대에 섰지만 김 대표 사퇴 요구는 소수였고, 김기현 체제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다음 날 사무총장직에 대구·경북(TK)에서 재선을 한 이만희 의원이 임명됐다. 내년 총선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당 핵심 자리에 윤 대통령 후보의 수행단장 출신을 앉힌 것. 전날 ‘수도권 충청 중심 전진 배치’를 밝혔던 김 대표의 약속이 하루 만에 뒤집혔는데도, 의총에서 김 대표 사퇴를 요구했던 의원들의 공개적인 ‘비토’ 목소리도 오히려 줄어든 상황이다. 의총에서 터져나왔던 대통령실과의 관계 재정립 요구 목소리도 더는 현역 의원 실명으로 나오지 않는다. 자기 이름으로 딴 목소리를 내는 것을 꺼리는 것.
여당은 공천이 곧 당선인 영남권 의원과 경선만큼 치열한 본선을 치러야 하는 비영남권 의원의 비율이 7 대 3인 상황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당 의원이 쇄신 의지가 퇴색돼도 좋으니 대통령실 눈치를 보며 ‘툭 까놓고 나만 공천해 달라’는 모습이 쩨쩨하다.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의 ‘수도권 중도층 포기’ ‘도로 영남당’ 선언이 내년 총선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박훈상 정치부 차장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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