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여론에 의사협회 ‘전전긍긍’…“그동안 논의 뭉갠탓” 반성도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 2023. 10. 18.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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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와 10개월 협의 빈손
일부 의사들 “우리도 잘못”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에서 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이필수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대해 의료계는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집단 행동에는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찬성 목소리를 내는 데다가 국민 여론도 압도적으로 정원 확대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 집단 행동이 자칫 ‘밥그릇 지키기’로 보여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정부와의 논의를 발전시키지 못한 의료계 지도부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의료계가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 17일 대한의사협회는 의협회관에서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열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직후 의협은 결의문을 발표하고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 동원해 강력히 저항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 반대의 명분으로 지난 2020년 맺어진 9·4합의를 들고 있다. 정부가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료계를 비롯한 각 분야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고 상호 협의할 것처럼 해놓고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의료계도 필요하다면 의사인력에 대해 유연성을 가지고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의료계에도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는 10개월간 총 14차례에 이르는 의료현안협의체를 진행했지만 의대 정원에 대한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한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정부와 의료계가 논의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며 “정부 뿐만 아니라 논의를 발전시키지 못한 의료계도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단체 행동을 주도했던 전공의와 의대생이 다시 움직일지도 미지수다. 광주지역 병원에서 일하는 한 전공의는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등에 업고 정부도 강경책을 낼 수도 있다”며 “본인만 피해 볼 수도 있는 상황에 의대생들이 국시 거부나 동맹 휴학 등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어 “정원 확대는 반대하지만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도 마냥 잘하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며 “의료계 지도부를 믿고 집단 행동에 나서기는 못미덥다”고 덧붙였다.

의협을 비롯한 대다수 의사단체가 파업도 불사하는 강경 투쟁을 말하고 있지만 반대 목소리도 있다. 차기 의협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박인숙 전 의원(울산의대 명예교수)은 “지금은 의사들이 단결해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도 “정부와 투쟁해야 하지만 과격한 방법이 성공한 적이 없기 때문에 대화하면서 투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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