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바이든, 균형외교보다 '이스라엘 확고 지지' 표명

네타냐후에 지원 의지 밝히며 병원 폭발 '제3자 소행' 언급
바이든, 민간인 피해 방지 언급하며 '과잉보복 자제' 요구

이스라엘 도착후 네타냐후 총리 포옹하는 바이든 대통령(우) [텔아비브 AP=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미묘한 국면에서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분쟁 조정의 균형자'보다는 중동의 맹방인 이스라엘의 '확고한 후원자'가 되길 택한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은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한 뒤 활주로에 영접나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포옹하며 연대 의지를 보여줬고, 회담 개시전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와 관련, "(이스라엘군이 아닌) 다른 쪽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 소행으로, 이스라엘 측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 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의 오발 사고로 각각 규정하며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였다.

전쟁을 둘러싼 국제 여론에 중요한 변수로 등장한 이번 가자 병원 참사와 관련, 이스라엘의 주장에 확실히 힘을 실어준 것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 근거로 "미국 국방부 데이터"를 거론한 데서 보듯, 이스라엘 소행이 아니라는 확신이 섰기에 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사태 초기에 양측이 팽팽히 진실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이 한 쪽의 손을 들어준 것에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수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하마스에 대해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마저 다소 이성적으로 보이게 하는 악행과 만행을 저질렀다"며 "이스라엘의 방어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출 수 있도록 미국이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이스라엘에 대한 일방적 지지를 위한 여정으로 보이지 않도록 방문 일정을 짰다. 그러나 출국 직전 발생한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가 큰 변수로 작용했다.

애초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에 이어 요르단을 찾아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 4자 회담을 할 계획이었으나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로 요르단 일정은 취소해야 했던 것이다.

이스라엘 외에 중동의 다른 이해당사자들과 만나며 외교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모습을 갖추는 쪽으로 일정을 짰으나 방문길에 오르기 직전 500명 안팎이 목숨을 잃은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서 당초 구상이 꼬인 것이다.

출장 일정의 후반부에 배치한 대중동 외교 계획이 무산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대하마스 대응을 이끌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의 등을 확실히 밀어주는 쪽을 택했다.

가자지구 병원 참사로 중동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처럼 분명한 친이스라엘 행보는 중동 국가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미국 중재 하에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모색해온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과의 공조를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선명한 태도를 취한 것은 우선 미국 정치권 내부의 초당적인 대이스라엘 지지 분위기 속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내정치적으로 '안전한 포석'을 둔 것으로 읽힌다.

로이터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긴급 지원과 대우크라이나, 대대만 지원을 포괄하는 1천억달러(약 136조원) 규모의 안보 패키지 예산을 의회에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내 대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지지 여론이 식어가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두개의 전선(우크라이나와 중동)'에 대응할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선 미국 여야가 공히 지지하는 이스라엘 문제에서 분명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공식적으로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한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의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서 이번 사태의 악화 방지를 위해 어떤 말들을 했는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5일 방영된 CBS방송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통치중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이스라엘이 다시 점령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고, 이번 사태 초기부터 이스라엘에 전시 국제법 준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선물을 안겨주되, 내밀한 대화에서는 이번 전쟁과 관련한 모종의 '레드라인'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을 수행중인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전날 기내 대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친구로서 그들에게 좀 어려운 질문들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공개적으로는 명확한 지지를 보내되, 실질적 대화에서는 중동전쟁으로의 비화 또는 가자지구의 인도적 재앙을 막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에게 껄끄러운 이야기를 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읽혔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회담에서 민간인들 피해 방지를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하마스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의 과도한 보복공격에 대한 자제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 회동이 취소된 요르단 국왕과 이집트 대통령과는 전화통화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아바스 수반과 17일 전화통화하며 가자지구 병원 참사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명했다.

이스라엘서 하마스 공격 희생자 유족 만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텔아비브 AP=연합뉴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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