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마라맛’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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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0대 여중·고생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은, 카드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마라탕이라고 한다.
마라탕은 톡 쏘고, 탕후루는 다디단 음식이다.
어디 음식만 그런가.
가끔 마라탕이나 탕후루, 불닭볶음면 같은 자극적인 음식이 당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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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0대 여중·고생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은, 카드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마라탕이라고 한다. 여기에 탕후루도 큰 인기를 얻으면서 관련 업체의 창업이 줄을 잇고 있다. 마라탕은 톡 쏘고, 탕후루는 다디단 음식이다.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이 엿보인다.
‘막장’의 대가인 ‘펜트하우스’의 김순옥 작가가 각본을 썼다고 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드라마를 직접 보니 그 예상조차 뛰어넘는 전개에 정신이 얼얼하다.
고교생의 임신·출산, 동급생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음모, 야망을 위해 자식을 학대하는 엄마, 환각상태에서 벌어지는 집단 살인과 은폐…, 막장 요소는 다 때려 넣은 느낌이다. 각각의 장면은 말초신경을 자극하지만 인물들의 행동이나 이야기의 전개는 전혀 개연성이 없다.
아직 지상파에서 이런 드라마는 특이 케이스에 속하지만,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 후 전반적인 영상 콘텐츠의 폭력성과 노출 수위는 전례 없이 빠르게 높아지는 중이다.
한국 영화가 재미없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OTT가 좋은 콘텐츠를 대량생산해 내서일 수도 있고, 너무 강한 자극에 지속해서 노출되다 보니 기존 영화가 단조롭게 보여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마라탕이나 탕후루, 불닭볶음면 같은 자극적인 음식이 당길 때가 있다. 이런 자극적인 음식 자체를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원재료는 등한시하고 강한 양념에서만 답을 찾는 지경에 이른 게 문제다.
강한 향신료와 양념만 잔뜩인 음식은 먹고 나면 배가 아프고, 자꾸 물만 들이켜게 된다. 더 자극적인 영화나 드라마가 나오지만 꾸밈에 치중하다 보니 점점 ‘이야기’라는 본질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플라워 킬링 문’을 연출한 80세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산업은 끝났다”고 말했다. 창조성이 넘치고 사색과 감정의 변화를 끌어내는 게 영화이지만, 이제 할리우드에서는 그런 영화는 나오지 않고 감각에 충실한 프랜차이즈 영화만 만들어진다는 자조의 목소리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창작자들에게 이런 시류와 맞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그가 다 맞는다고는 할 수 없다. 스코세이지처럼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러닝타임이 3시간을 훌쩍 넘기는 영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도 아직 우리 영화 중엔 좋은 작품들이 여전히 많다. 극장이 외면하고, 관객이 미처 모르고 지나쳤을 뿐이다.
중요한 건 유행은 지나가도, 본질은 살아남는다는 사실이다. 양념을 더 쓸 순 있지만, 역시 좋은 음식을 내놓으려면 원재료가 좋아야 한다.
엄형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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