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스플랜' 궤도 역적 만든 그놈의 ‘공리주의’ 뭐길래 [Oh!쎈 초점]
[OSEN=김채연 기자] ‘더 지니어스’,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 마니아를 생성하는 정종연 PD의 신작 ‘데블스플랜’이 전작과 달리 최종화가 공개된 이후에도 아쉬움을 안기고 있다.
지난 10일 넷플릭스 ‘데블스플랜’은 10~12화를 공개하며 대망의 서바이벌 마침표를 찍었다. 12명 중 7명이 준결승에 진출하는 괴상한 사태가 일어난 가운데 최종 결승전 진출자는 하석진, 궤도였다. 두 사람의 최종 매치 끝에 하석진이 ‘데블스플랜’의 최종 우승자가 됐다.
보통 우승자가 나오면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재탕, 삼탕하면서 우승할 수밖에 없었던 모먼트를 찾는다. 특히 정종연 PD의 작품 속 게임은 제작진들의 신박한 아이디어가 넘쳐나기 때문에, 출연진이 어떻게 행동하냐에 따라 ‘더 지니어스’처럼 명작이 될 탄생될 수도 있다.
특히 ‘데블스플랜’은 예고편부터 ‘여러분이 폭력이나 절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게임이 허용하는 어떠한 계획도 가능합니다. 오직 승리를 위해서만 플레이하십시오’라는 전제조건을 달아 ‘정종연 마니아’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그러나 정작 ‘데블스플랜’은 無 데스매치, 즉 회당 탈락자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조건으로 인해 궤도의 ‘공리주의’가 출연진들 사이에서 막연하게 통했다. 그렇기에 단순히 연합의 일원이라는 이유로 무임승차를 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물론, 무임승차를 했던 출연진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우승을 하기 위해 이번 게임에서 적절하게 무임승차하고, 다음 게임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데블스플랜’ 속 ‘공리주의’는 연합보다는 ‘탈락자를 최소화한다’는 점에 매료돼 팀원들의 희생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하석진은 궤도의 공리주의가 실패한 후 "빌붙어플랜", "복지 모델의 실패를 보는 것 같다" 등 ‘팩폭’을 날리는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더군다나 연합에 참여했던 서동주와 부승관은 뜻밖의 피해로 인해 현타가 온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석진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녹화가 끝난 후에도 종종 모여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궤도의 공리주의를 비판하게 아닌, 그런 입장을 가진 뛰어난 플레이어에게 무임승차하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흐름의 재미를 없앤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궤도에게 직접적으로 '너 이렇게 플레이 하지마'라고 한 적 없다. 곽준빈에게 '그런 분위기를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 각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움을 얘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차라리 매회 탈락자가 존재하는 데스매치가 있었다면, 출연진들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무임승차하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특히 캐스팅부터 활약에 기대를 모았던 방송인 박경림, 세븐틴 승관이 나름의 전략도 세우지 못한채 이도저도 못하고 휘둘리다가 탈락하는 모습에서는 한탄스럽기까지 했다.
‘데블스플랜’에 데스매치를 만들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종연 PD는 "제가 생각할 때, 제가 만들기는 했지만 데스매치는 강자든 약자든 기회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균형점을 주는 굉장히 좋은 포맷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굳이 뺐던 건 '더 지니어스'의 핵심 IP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더 지니어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제일 독창적인 요소였기 때문에 그 IP는 안 건들이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너무 유사하다고 생각해서 피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더 지니어스’가 방영될 당시 데스매치 제도는 서바이벌에 없는 신박한 포맷이었으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탈락자를 가르는 가장 흔한 방식이 됐다. ‘데스매치’가 ‘더 니지어스’의 핵심IP라고 생각해서 피해야했다면, ‘데블스플랜’은 새로운 탈락제도를 만들어야 했다.
매회 탈락자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궤도의 다수 연합을 더욱 공고히했고, 결국 프로그램의 재미를 떨어뜨렸다. “뭐든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더 좋은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계속 수정해나가고 새로움을 위해 좋은 구성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는 정종연 PD의 말처럼 ‘데블스플랜’이 시즌제로 나온다면 시즌1보다 더 나은 신의 한 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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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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