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시진핑 힘 받은 푸틴, 방중 계기로 국제 보폭 넓혀
우크라 사태로 활동 제약→중국서 광폭 행보…방북 계획 조율 전망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로 20개월간 고립무원 위기에 있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친애하는 친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힘을 받아 본격적인 보폭 넓히기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3회 일대일로 정상 포럼을 계기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 등 국제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이 현 중동 갈등 상황에 대한 공동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모두 팔레스타인 주권 국가 건립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휴전을 촉구하면서도 하마스를 직접적으로 비판하지 않는 것도 러시아와 중국의 공통된 입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방중 일정을 시작하기 전인 지난 16일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물론, 이집트·시리아·이란 등 5명의 지도자와 연쇄 전화 통화를 하며 중재 노력을 기울였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격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관심이 감소한 것은 푸틴 대통령이 국제사회 영향력을 다시 확대할 기회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국제 현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력 의지를 보이며 푸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한 이후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비난과 각종 제재 때문에 대외 활동이 위축돼 있었다. 특히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 발부 이후 해외 활동에 큰 제약을 받았다.
그러나 ICC 체포영장 발부 이후 처음으로 구소련 외 국가인 중국을 방문하면서 푸틴 대통령은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일대일로 정상 포럼 개막식에서 시 주석에 이어 연설하며 '주빈'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시 주석과 회담하면서는 서로 '친구'라고 부르고, 점심 식사와 차를 함께 하며 우의를 과시했다.
전날에는 헝가리, 베트남, 태국, 몽골, 라오스, 파키스탄 정상과 회담하고,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도 비공식으로 만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친러 성향'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만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유럽연합(EU) 국가 정상과 대면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베트남, 몽골, 태국의 공식 방문 요청도 받아 앞으로 더 많은 해외 순방을 예고했다. 베트남 정부는 이날 푸틴 대통령이 초청을 수락했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중으로 양국의 경제 결속도 더욱 강화됐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했고, 중국은 러시아의 든든한 경제 협력국이 됐다.
러시아는 이날 12년간 7천만t의 곡물을 중국에 보내는 2조5천억루블(약 35조원) 규모 역대 최대 곡물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손실을 대체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했다.
양국은 몽골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중국으로 보내는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사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가스관으로 중국에 공급하는 가스양이 머지않아서 유럽 가스 수출량을 능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과 대립하고 있는 양국은 안보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동양학자 알렉세이 마슬로프 로모노소프 모스크바 주립대 교수는 러시아 'MK'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의 주요 쟁점은 안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의 행보로 북한이 가세한 북·중·러 반서방 연대가 더욱 공고히 구축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한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수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했다가 이날 북한에 도착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틀간 방북 일정을 소화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평양 답방 문제 등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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