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값 폭등’ 뒤엔 제강사 가격 담합 있었다
매트리스 스프링 120% 인상…같은 기간 침대값 30% 넘게 뛰어
자동차·기계용도 40~60% 올려…공정위, 548억원 과징금 부과
침대 스프링용 강선 등 강선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제강사들이 가격 담합을 벌이다 적발돼 500억원 넘는 과징금을 물게 됐다.
이들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가격을 올렸고, 원자재 시세가 떨어져도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제강사들이 담합한 기간 침대 가격은 30% 넘게 뛰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고려제강, 대강선재, 대흥산업, 동일제강, DSR제강, 만호제강, 영흥, 청우제강, 한국선재, 홍덕산업 등 가격 담합을 벌인 10개 제강사를 적발하고 대강선재를 제외한 9개 제강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48억6600만원을 부과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중 가담 정도가 높은 6곳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대강선재는 위반 기간이 짧아 과징금 처분을 면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9개 제강사는 2016년 4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영업팀장 모임 또는 전화 연락을 통해 강선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강선 제품은 소재·도금 처리·연선 유무에 따라 경강선, 도금단선, 도금연선, 피아노선 등으로 구분된다. 주로 침대 스프링에 사용되고, 자동차·정밀기계 스프링, 비닐하우스 활대, 통신선 등에도 쓰인다.
강선의 원자재 가격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제강사가 생산하는 강선 제품 가격 역시 꾸준히 떨어졌다. 2016년 2분기를 기점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자, 제강사들은 강선 제품 가격 인상을 추진했다. 하지만 장기간 원자재 가격 하락이 이어진 상황이어서 개별 제강사들이 거래처에 가격 인상을 요구할 경우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았다. 이에 제강사들은 거래처 저항 없이 제품 가격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담합을 계획했다.
먼저 제강사들은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기 전에 미리 가격을 올렸다. 원자재 가격이 낮아져도 가격을 내리지 않기로 짜고 제품가를 유지했다. 이 같은 담합으로 침대 스프링용 강선 제품의 가격은 ㎏당 660원에서 1460원으로 120%까지 뛰어올랐다. 침대 스프링으로 쓰는 강선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침대 가격도 인상됐다.
정창욱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강선 제품 가격 인상이 침대 제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침대 가격도 30% 이상 올랐다”며 “침대 가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담합 기간 동안 자동차 및 정밀기계에 사용되는 강선 제품과 농자재용 도금선, 전선용 도금연선, 피아노선 등의 가격도 40~60% 올랐다.
정 국장은 “이번 사건은 담합 관련 과징금 부과 기준율을 2배 상향한 이후 강화된 규정을 적용해서 조치한 최초 사례”라며 “국민 부담으로 직결되는 소비재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큰 중간재 제품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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