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와 다른 과감한 투자·행보 ‘초격차’ 벌릴 로드맵·비전은 숙제
비즈니스 네트워크 확장에 초점
용인 300조원 투자 등도 돋보여
글로벌 침체 속 반도체 등 부진
마이크론·애플 등과 힘든 경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27일 회장직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이 회장은 수많은 해외 일정을 소화하고, 시스템반도체 등을 비롯한 대규모 투자 결정도 여럿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적자 늪에 빠진 반도체, 위기감이 짙어지는 스마트폰 등 ‘이재용 체제하’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가 적잖은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삼성이 나아가야 할 비전·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오는 25일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및 취임 1주년을 전후로 이 회장이 ‘새로운 삼성’의 청사진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지난 1년은 주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확장·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회장 취임 직후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 건설현장을 점검한 데 이어 베트남·싱가포르·일본·중국·미국·프랑스 등 해외 곳곳을 누볐다. 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구글·테슬라 등 주요 고객사 최고경영자(CEO)들도 잇달아 만났다. 이 회장이 공들여온 글로벌 네트워크는 5세대(5G) 통신장비 같은 대형 수주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국 사업장에 대한 60조원 투자,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300조원 투자 등 굵직한 자금집행 결정도 돋보였다. 그러나 숫자로 드러난 성적표는 좋지 않다. 이 회장 취임 직후인 올해 1·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각각 4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글로벌 메모리 업황이 침체를 겪고 있긴 하지만 그동안 강조해온 ‘반도체 초격차’의 면모를 드러내지 못한 것이다.
미국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를 제치고 10나노급 4세대 D램 양산에 성공했고,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경쟁에서도 SK하이닉스에 한발 뒤처진 게 현실이다.
스마트폰 부문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갤럭시폰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아직은 애플 아이폰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의 거센 추격으로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기도 하다.
‘이재용 브랜드’를 더 선명히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이 회장 행보가 주로 해외 출장과 외부 영업에 쏠려 있어 상대적으로 그룹이 나아가야 할 큰 비전을 제시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따른다.
이 회장은 바이오, AI, 로봇 등 신산업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는 있다. 그러나 큰 인수·합병(M&A)은 2017년의 하만 이후 없다시피 하다. 지난 6월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량은 79조9198억원으로 1년 전 대비 40조원이 넘게 늘었다. 실탄은 충분히 쌓였으며 경영진까지 나서 각종 M&A 검토설을 흘렸지만 이렇다 할 ‘빅딜’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사법 리스크도 잔존하고 있으며, 미등기 이사라는 신분도 회장직의 권한과 책임소재를 모호하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과거 미래전략실처럼 그룹의 전체 사업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뉴삼성에 요구되는 책임경영·준법경영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동시에 과거 미전실 같은 중앙집권적 참모조직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컨트롤타워를 구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선대회장 3주기·취임 1년 맞아
새로운 청사진 제시할지 ‘관심’
삼성은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를 맞아 업적과 경영철학 등을 재조명하는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이날 개최했다. 이 선대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신경영을 선언해 삼성의 체질 개선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3주기 추도식을 마친 뒤 ‘뉴삼성’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는 연말 ‘쇄신 인사’를 통해 경영 메시지를 구체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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