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폭탄 이어 종부세까지…건설사들 “과세 유예 7년으로”
경기 침체로 미분양 속출 상황서
지방 건설업자들 종부세까지 걱정
자금난 속 민간임대 전환하기도
정부 “조세 기본 원칙” 연장 난색
부동산 시장 침체로 ‘미분양 무덤’이 된 대구·포항·경주 등에서 종합부동산세가 지역 건설사들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18일 업계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미분양주택에 대한 종부세 합산배제 개선’이란 제목의 주택건설협회발 건의서를 받았다. 협회는 이 문건에서 “(미분양으로) 자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고율의 징벌적 종부세까지 부과돼 경영난 악화로 업체 존립이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종부세는 개인뿐 아니라 법인도 주택을 보유하면 내야 한다. 다 짓고도 안 팔리는 일명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떠안은 건설사업자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에서 미분양 물량은 준공 후 5년까지는 종부세 납부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그 이후부터는 종부세를 매기고 있다.
당장 종부세를 부과받는 업체가 얼마나 되는지 협회는 추산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장기 미분양 물량을 신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하고, 지난 8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9392호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물량이 집주인을 만나지 못할 경우 앞으로 건설사가 종부세 납부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건설사들은 미분양 주택이 차익을 노린 건설사의 ‘투기성’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종부세법 1조에서 규정한 조세 목적(고액 부동산에 대한 조세 형평성 제고 및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미분양 무덤이라고 불리는 대구 등의 아파트값이 단기간 내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구 소재 한 종합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은 우리 같은 중소 건설사에는 흑자도산의 주범”이라며 “주택이 안 팔려 금융 비용이 계속 불어나는 와중에 종부세까지 물게 되면 손해가 한 해 10%까지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준공 3년이 되어도 팔리지 않는 오피스텔을 여럿 갖고 있다.
반면 정부는 소유에 따른 보유세 부담은 조세의 기본원칙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종부세는 주택 성격이나 사정에 따라 판단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미분양 주택을 가지고 있으면 임대만 놓아도 소득이 생기기 때문에 보유세 대상인 자산으로 봐야 맞다”고 밝혔다.
미분양 장기화를 우려해 임대로 분양 물량을 돌리는 건설사업자도 늘고 있다. 2019년 4월 인허가 받은 삼정그린코아더베스트는 당초 일반분양 단지였는데 지난 2월 민간임대로 변경했고 시지삼정그린코아포레스트도 지난 3월 일반분양에서 ‘10년 장기 민간임대’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임대는 미분양으로 자금난에 몰린 사업자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방법이라고 업계는 주장한다. 임대를 놓는 순간 아파트가 빠르게 노후화하면서 미분양 자체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크다. 2년 거주 뒤 계약 갱신이 가능한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사실상 4년을 임대로 묵어놔야 할 위험도 있다. 임대 4년 계약이 종료된 뒤 1년 안에 팔지 않으면 건설사가 종부세를 내야 하는 셈이다.
건설사는 미분양 물량의 종부세를 피할 수 없다면 유예 기간이라도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늘려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5년은 헐값에라도 주택을 청산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잘라 말했다.
업계에서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임 정부 국세행정개혁TF 등에 참여한 모 세무사는 “부득이한 미분양 사유를 입증한다면 합산배제 기간을 더 연장해주는 제도 개선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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