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폐기물 시설 증설 논란’…환경성조사서 보니

강인희 2023. 10. 18. 22: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S 제주] [앵커]

금악리 폐기물 업체 증설 논란을 짚어 보는 탐사K는 환경오염이 없었다는 업체 주장과 달리 슬러지를 쌓아뒀던 업체 일대 수질과 토양의 상태가 인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나쁜 것으로 확인했는데요.

그렇다면 업체가 증설허가를 받기 위해 제주시에 제출한 환경성조사서는 어떻게 작성됐을까요?

제주시에서 비공개한 환경성조사서를 입수했습니다.

강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하루 100톤 규모의 슬러지 건조량을 300톤까지 늘리고, 35미터 높이 굴뚝 설치로 폐플라스틱과 폐섬유 등 50톤가량의 소각까지.

금악리 폐기물 업체가 지난해 1월 제주시로부터 받은 증설 변경허가 내용입니다.

이 업체가 증설 허가 신청 당시 제출한 소각시설 처리 능력은 하루 49.5톤, 사업 면적은 9천660제곱미터입니다.

소각시설 처리 능력 50톤 이상과 면적 만 제곱미터 이상일 경우 받아야 하는 환경영향평가와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근소한 차이로 받지 않았습니다.

대신 업체가 제주시에 제출한 '환경성조사서'를 확인해봤습니다.

하천과 정수장 등 사업지 주변의 물 환경을 담은 항목.

취재진은 앞서 한국토지정보시스템으로 업체와 직선거리 150m에 있는 지하수자원보전1등급 구역을 확인했지만 이 내용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표수질은 좋음에서 매우나쁨, 지하수질 결과는 모든 항목에서 '만족'이라고 명시됐습니다.

그런데, 지표수와 지하수 수질을 조사한 두 지점, 해당 업체와는 모두 800m 이상 떨어진 곳입니다.

취재진이 조사한 지점은 업체가 슬러지를 야적했던 곳으로 업체에서 직선 거리로 100m 이내 지점, 하수보다 최고 4배나 오염된 수질 결과와 상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돈/교수/이화여대 환경공학과 : "800m는 (수질)조사 지점으로서 상당히 먼 지역이라고 판단이 되고요. 당연히 오염원이 발생하는 그 지역을 조사 지점에 포함 시켜서 조사를 해야 합니다."]

악취 조사 항목도 봤습니다.

조사 지점은 두 곳으로 인근 관광시설과 성글라라수도원, 하지만 관광시설은 현지 조사, 수도원은 문헌 조사만 했습니다.

시설을 증설할 경우 악취 영향이 예상된다면서도 예측조사에선 허용기준에 모두 만족한다고 명시됐습니다.

20년 가까이 악취로 고통받고 있다는 주민들의 주장과 달리 보고서엔 현재 악취 민원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이상돈/교수/이화여대 환경공학과 : "문헌 조사는 기본적으로 대기 오염이라든지 악취 오염을 조사할 때 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사계절에 따라서 바람이나 풍향, 풍속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취재진은 환경성조사서를 작성한 용역업체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조사서만 작성하면 될 뿐이라며 질의 자체를 거절했습니다.

증설 허가를 내준 제주시 측은 당시 담당자들이 조사서 내용을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환경영향조사 평가는 환경부 몫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자체에서 최종 허가한다며 제주시에 문의하라고 선을 그었고, 환경영향조사 평가 결과는 비공개라고 답했습니다.

매년 40억 원이 넘는 도민 세금이 투입되는 업체에 대한 증설허가.

업체 측이나 제주시, 환경부 그 어디에서도 환경성조사서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KBS 뉴스 강인희입니다.

촬영기자:강재윤/그래픽:조하연

강인희 기자 (inhee@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