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일대일로 10년, 무에서 유 창조…개도국과 함께 발전”

이종섭 기자 2023. 10. 1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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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개방과 추가 투자 약속…미국 겨냥 “일방적 제재 반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10주년을 맞은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대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라고 자평하며 시장 개방과 추가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참가국을 ‘부채의 함정’에 빠뜨린다는 비판 속에서도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우호국 정상 등이 모인 자리에서 우회적으로 미국을 겨냥하며 우군 확보 노력도 기울였다.

시 주석은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초심을 지키고 협력·동행하며 일대일로 국제협력을 추진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풍성한 성과를 얻었다”며 “일대일로 협력은 ‘큰 그림’에서 ‘세밀한 그림’ 단계로 진입했고, 계획도를 실제 그림으로 바꿔놨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취임 초기인 2013년 처음 제안한 일대일로는 육상으로 중국 서부와 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고, 해상으로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아프리카·유럽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을 연결해 하나의 경제벨트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구상은 지난 10년 동안 150여개국과 협력 문서를 체결하고 2조달러(약 2710조원)대에 이르는 누적 사업액이 투자된 대형 글로벌 프로젝트로 성장했다.

그러나 대형 인프라 시설 건설을 위해 중국이 관련국에 막대한 차관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가난한 나라들을 부채의 함정에 빠트린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미국 등 서방의 견제가 강화되면서 추진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지난 17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된 제3회 정상포럼은 2019년 제2회 정상포럼 때보다 전체적인 참가 규모가 줄었고, 국가 정상급 참석 인사도 27명 정도로 2회 때 38명보다 적었다.

시 주석은 이 같은 외부의 시선을 불식하려는 듯 이번 정상포럼에서 스스로 성과를 치켜세웠다. 시 주석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중국만을 생각하는 현대화가 아니며 수많은 개발도상국과 함께 실현하는 현대화”라고 말했다. 이는 관련국을 부채의 함정에 빠트린다는 비판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또 “다른 사람의 발전을 위협으로 보고 경제적 상호 의존을 리스크로 보면 자신의 삶을 개선하거나 더 빨리 발전할 수 없다”며 “우리는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지정학적 게임, 집단 정치 대결을 하지 않으며 일방적 제재와 경제적 억압, 디커플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우회적으로 미국을 비판하며 중국을 개도국 공동 발전의 견인차로 이미지화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 구상의 새로운 비전도 제시했다. 시 주석은 중국 제조업 분야에 대한 외자 진입 제한 조치를 전면 폐지하고, 국경을 초월하는 서비스 무역과 투자에 있어 높은 수준의 개방을 추진하며, 디지털 제품 등의 중국 시장 진출 허가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국가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각각 3500억위안(약64조원)의 융자 창구를 개설하고, 실크로드 기금에 800억위안(약 15조원)을 추가해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공동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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