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구호품 반입 막은 이스라엘 “민간인은 남쪽 인도주의 구역으로 가라”
알마와시에 물자 제공하기로
통로 개방 여부 등은 안 밝혀
구호품 지급 때 혼란 가능성
가자지구에 물과 식량, 전력, 의약품 등 구호품 반입을 차단한 채 10일째 전면 봉쇄를 이어오고 있는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압박에 못 이겨 가자지구 남부에 ‘인도주의 구역’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호물품 반입을 어떻게 허용할 것인지, ‘인도주의 구역’ 밖 민간인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남부 해안 소도시 알마와시에 ‘인도주의 구역’을 설정했다며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이곳으로 대피하라고 공지했다. 이스라엘군은 “알마와시에서 국제사회의 인도적 구호품이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안에서 28㎞ 떨어진 알마와시는 이미 피란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남부 마을 칸 유니스 서남쪽에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 지역에 구호품이 언제부터 전달되는지,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반입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인 이집트 접경 ‘라파 검문소’를 열어 구호트럭 진입을 허용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전쟁 발발 열흘 만에 가자지구에 이재민이 100만명 이상 발생한 상황에서 소도시의 제한된 지역 내 구호품 지급이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으로 이미 남부 마을 칸 유니스와 라파는 몰려든 피란민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남쪽으로 대피하라’는 통보 이후에도 이스라엘의 남부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내무부에 따르면 전날 라파와 칸 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최소 80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9일부터 가자지구에 식수와 연료, 전력 등 구호품 공급을 제한하면서 가자지구는 이날로 10일째 외부와의 연결이 차단된 상태다.
이스라엘 당국의 이날 발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몇시간 앞두고 나왔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8시간 가까이 회의를 한 뒤, 가자지구 주민에게 구호품을 지급하기로 이스라엘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날 발표 전에도 미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라파 통로 개방을 이스라엘·이집트와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이 시작되자 이집트는 지난 10일 라파 검문소 운영을 중단했다.
라파 검문소는 공식적으로 팔레스타인과 이집트가 관할하지만,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이 사실상 공중을 통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구호품 사이에 무기가 밀반입돼 하마스로 전달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며 국경 개방을 막아왔다.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교장관은 BBC에 “이집트 국경 쪽에서 대기 중인 구호물자의 라파 검문소 통행을 허용할 권한이 이집트 정부에 없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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