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5번째 새 주인찾기 실패한 ‘이 회사’
롯데손보·ABL생명·MG손보 등
남은 인수합병에 영향 촉각
새로운 회계기준 적용에
보험사 실적 비교 어렵고
과도한 몸값도 부담 평가
다수의 보험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매물로 나왔지만 재무건정성이 불안하거나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인해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한 상태다. 보험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지주의 인수 포기가 롯데손해보험과 ABL생명보험, MG손해보험 등 다른 생명·손해보험사들의 매각에도 영향을 끼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최근 모로코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KDB생명 인수 포기 의사를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7월 우선협상자에 선정된 뒤 KDB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실사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동안 시장에서 언급됐던 KDB생명의 매각가는 2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KDB생명의 취약한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 하나금융이 인수 이후 최소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까지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3000억원 가량의 추가적인 자금 투입을 검토하면서 잠재 인수사로 거론되는 하나금융지주의 인수 의지를 거들었지만 무위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 매각 시도는 벌써 다섯 번째다. 이미 M&A 시장에서 4번이나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2014년 두 차례, 2016년과 2020년에 한 차례씩 총 네 번에 걸쳐 공개 매각 작업을 벌였으나 모두 무산됐다. 하나금융지주는 비은행이익을 높이기 위해 인수합병에 뛰어든 것으로 평가되지만 KDB생명의 내실을 강화하기까지는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수합병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 하다. 금융업계에서는 보험산업의 성장 둔화로 인수합병 매력이 떨어졌지만 매물인 보험사들은 몸값을 최대한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진단한다. 실제 롯데손해보험의 매각 가격은 2조 7000억원에서 3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시장에서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보험사들의 추정 매각가가 다소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며 “회계처리 변경 뒤 이익이 과다계상돼있다는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처음으로 새 회계제도(IFRS17)가 보험사 실적에 처음 도입되면서 이를 둘러싼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보험사의 영업 여건 등은 지난해와 그대로인데 회계기준 변경으로 갑자기 실적과 재무 상태가 180도 바뀐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은 5조 2300억규모의 순이익을 올려 전년동기 대비 2조원 이상이 급등했다.
IFRS17은 보험계약의 예상 장래 이익을 우선 부채로 잡은 뒤 이를 상각하면서 점차 수익으로 인식하는 ‘발생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비용으로 인식되는 신계약비 이연기간이 기존 7년에서 보험기간으로 확대됨에 따라 당기 비용이 감소하는 구조다. 또 보험계약 이자비용이 기존 보험손익에서 투자손익으로 바뀌면서 보험손익이 증가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1분기 실적발표 후 실적 부풀리기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보험사별 계리적 가정 산출 기준을 통일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다음달 발표될 보험사들의 3분기 실적에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처음 적용될 예정이지만 당장 추세적 실적 비교에는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별 매물들의 리스크도 부각된 상황이다. MG손해보험은 최대주주인 JC파트너스가 최근 입찰 절차를 전부 중단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예금보험공사의 매각 작업에 제동을 걸었고, KDB생명은 과거 고금리 상품을 대거 판매한 보험사 중 한 곳으로,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건전성 개선 작업이 바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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