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살해·영상 공유 20대 항소심서 ‘실형’…법정구속

원심 ‘집행유예’선고 파기
재판부 “죄질 매우 불량
재범 가능성도 낮지 않아”

동물권행동 카라가 2021년 1월13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제출한 ‘고어전문방’에 대한 고발장 표지.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길고양이 등 야생동물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살해 장면이 담긴 동영상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한 20대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나경선)는 18일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A씨(29)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인정하고,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계기, 동기, 방법 등을 살펴보면 사건 범행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동물들에게 고통을 주고 생명을 박탈한 데에는 아무런 정당한 이유도 없었다”며 “피고인의 범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고, 피고인의 생명 경시성을 고려하면 재범 가능성이 낮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검사는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A씨는 2020년 1월 충북 영동군에서 길고양이에게 화살을 쏘고 쓰러진 채 자신을 쳐다보는 고양이 모습을 촬영한 뒤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2020년 충남 태안군 자신의 집 인근 마당에서 죽은 참새를 이용해 고양이를 포획 틀로 유인한 뒤 감금하는 등 학대하고, 같은 해 9월쯤 토끼의 신체를 훼손하기도 했다.

A씨는 범행 장면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2020년 9월 중순부터 같은 해 12월 말까지 수차례에 걸쳐 ‘고어전문방’이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2018년과 2020년 초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도검을 구매한 뒤 범행했다.

고어전문방은 야생동물을 포획하고 신체를 자르는 방법과 학대 영상·사진 등을 공유해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었다. ‘동물판 n번방’이라고 불리기도 한 이 방에는 80여명이 참여했으며, 미성년자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채팅 내용 일부가 SNS 등에서 퍼져나가며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7만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제보를 받은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행동 카라 등 시민단체는 2021년 1월 이 채팅방 이용자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A씨와 함께 기소된 채팅방 방장은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는 영상을 올린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벌금형(300만원)이 확정됐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